완벽한 날씨다. 산책을 나갔다가 꽃이 예뻐서 찍었는데 사진을 찍고 나니 파란 하늘색이 더 눈에 들어왔다. 반 고흐의 아몬드 나무 그림인 줄 알았다. 하늘색이 이런 것이었지 뒤늦게 깨닫는다.
어젯밤에는 악몽을 꾸었다. 여기 오기 전으로, 항공권 끊고 PCR 받고 마음 졸이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 있었다. 나는 다시 출국을 앞두고 접촉자가 되어서 14일 * 24시간의 구간의 시작점과 끝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피 말리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여담이지만, 한국 정부에서는 중국 정부에 접촉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본인이 굳이 접촉자임을 밝힐 필요는 없다.) 출국 절차를 밟아 보면 알겠지만 신검 구간, 비자 발급 구간, PCR 검사 구간, 접촉자 격리 구간 이 모든 게 혼재되어 테트리스 맞추듯 시간 분 단위 따져가며 머리를 쥐어뜯던 때였다. 그렇게 꿈속에서 시간을 열린 구간과 닫힌 구간으로 나누어 끝 점 시간이 포함되네 안 되네 따지며 허우적 대다 잠에서 깨었다. 별걸 다 꾸는구나 싶은데, 꿈에서라도 출국 전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이불을 개고 일어났다.
꿈자리는 좋지 않았는데 날은 또 너무 좋아서 밖에 나가지 않을 수가 없다. 밖에 나오니 사람들은 봄을, 일상을 만끽하고 있다. 덩달아 내 마음도 파랗게 물들어 가는 것 같다. 혹시 모를 봉쇄를 대비해 쟁여둘 생필품도 좀 사고 맛집 기행도 하고 있다. 어제는 냉면을 먹었는데 너무 매워서 붉닭볶음면인 줄…. 하지만 먹을수록 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에 자꾸 찾는 것이 중독성이 있구나 싶다. 이런 별 것 아닌 일상을 위해 참 오랜 시간을 고생하고 격리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 하늘이 그 보상인 걸까. 부디 이 평온함이 오래가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