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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행 1일 차

연길 출발 - 선양 고궁

by 수리향

2022.07.19.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여행을 떠났다. 몇 년 전에 중국 여행할 때는 위안화를 들고 하나씩 세며 정말 열악하게 다녔는데 이제는 위챗 페이도 되고 월급도 중국돈으로 두둑이 들어가 있어 탕진 잼을 시전 할 예정이다.


오전 5시에 선양행 열차를 타기 위해 연길 서역에 내렸다. 아직 역전도 열기 전이라 사람들이 밖에서 삼삼오오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예약한 열차가 7시인데 6시 출발하는 열차들이 3개나 있었다. 참 부지런한 연길 시민들. 아직 역전 안 매점이 열기 전이라 사람들은 미리 싸온 죽이나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나도 집에서 만들어온 감자 샌드위치를 먹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연길서역

연길에서 선양까지는 약 4시간 정도 걸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이면 되는데 4시간이라니. 역시 대륙은 넓다. 원래 베이징에 가려다가 직통으로 가면 7시간 넘게 걸려서 선양에 잠시 내렸다 간다. 경험 상 오랜 열차 여행은 피로감을 준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

고속열차는 고속으로 달리기도 하고 터널을 지나기도 해서 데이터가 잘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인터넷은 어렵고 다운로드한 책을 열심히 읽는다. 제헌절을 기념하여 산 ‘최소한의 선’. 작가이신 문유석 판사님은 2020년에 퇴임하여 전임 작가의 길을 걸으시는 것 같다. 퇴임하고 여행 가려다 코로나 때문에 좌절하셨다는 구절에서 빵 터졌다. 나도 2020년 베트남에서 돌아와 인천공항 발을 디딘 날 이후 여행은 꿈도 못 꾸었는데, 이렇게 중국 여행을 길게 다닐 수 있다니 감개무량하다. 중국은 내가 입국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국소적으로 봉쇄와 해제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해외 입국자는 최소 2-3주의 호텔 격리와 격리 비용이 발생하므로 시간과 돈을 아낀다면 격리 없는 나라에 가기를 추천한다.

기차에서 바라본 모습

창가에서 오락가락 비 오는 모습을 바라보다 깜박깜박 졸다 보니 어느새 선양역에 도착하였다.

선양역

선양역은 생각보다 크고 예스러운 건물이었다. 선양역 주변을 좀 돌다가 예약한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선양은 사람도 많고 차도 (엄청) 많고 공유 자전거와 오토바이도 많았다. 알리페이(즈푸바오) 앱이 있으면 대중교통과 공유 자전거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나도 14일에 7번 이용 쿠폰을 사서 공유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았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교통이 혼잡한 지역은 지나다니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시내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 자전거는 상당히 좋은 선택이었다.

화이위안문

가운데 보이는 게 화이위안문이다. 실제 보면 굉장히 큰데 한국의 남대문 같은 것 같다. 저 문 뒤로 조금만 가면 선양 고궁이 있다.


화이위안문 근처 호텔에 짐을 먼저 풀고 바로 선양 고궁으로 향했다. 선양 고궁은 청나라 시절의 고궁으로 중드 연희공략에 나오는 궁이라 생각하면 된다. 연희공략에서 복색과 궁들이 인상 깊었었는데 딱 맞이 하게 되니 과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다가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느낌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선양 고궁

꽤 넓고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다.


중국은 옷은 붉은색, 지붕은 금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붕 기와는 자세히 보면 금색칠을 하고 유약을 발라서 반짝반짝하다. 그리고 나무로 된 건축물은 대부분 기둥과 벽이 붉은색이고 돌로 된 집은 다 검은색이다. 사람들도 붉은색과 검은색을 옷을 많이 입었다.

건륭황제가 걸어 나올 것 같은 의자. 연희공략에서 보면서 엄청 화려하다고 생각했는데 빛이 바랬지만 여전히 화려하다.

돌로 된 작은 집 안에는 전시물들이 있다. 별로 볼 건 없었는데 더워서 잠깐 씩 들어가서 에어컨을 쐬고 나온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건축물이 엄청 많아서 나중에는 바닥은 돌이오 저것은 건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많아서 사람 뒤통수가 가장 적을 때를 기다렸다가 셔터를 눌리려 노력하는데 나중에는 포기하고 그냥 찍었다.


덥고 자외선도 강해서 잠시 그늘에 쉬었다.

엄청 화려하다. 실제 이런 곳에 살면… 무척 더웠을 것 같다. (복장도 엄청 더워 보이던데) 더워서 남쪽 전시관으로 도망쳤다.


전시관은 시원하고 좋았는데 도자기나 물건들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뒤에 있는 여인 그림이나 한 참 쳐다보았다. 내 취향이 이상한 게 아니라 연희공략에 나오는 여주인공 얼굴이랑 비슷한 것 같아서. 생각해보니 고대 미인상에 맞춰서 캐스팅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왕이나 신하가 앉던 의자들은 대부분 밖에 전시되어 있고 여기는 여인들이 앉던 의자나 소품들이 많았다. 가구는 자개 장식이 많았는데 한국과 달리 옻칠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중국 미녀. 전시를 보면서 느낀 것이 연희공략이 정말 고증을 잘한 것 같다. 복색도 그렇고 가구와 소품까지 완벽하다. 선양 고궁이 궁금하신 분들은 티빙에서 연희공략을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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