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에 온 지 이틀 째 되었다. 오전에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공유 자전거 하나를 끌고 북릉 공원으로 향했다. 북릉 앞에 작은 내천을 낀 공원(장군공원)이 하나 있었다.
자전거와 사랑에 빠진 냥이
공원에서 좀 놀다가 주차하고 북릉 공원에 입장했다.
자전거 파킹
북릉 공원은 앞 쪽 공원과 뒤 쪽 묘지로 나뉘는데 앞 쪽 공원은 5원이면 입장 가능하고 뒤 쪽 묘지는 40위안, 묘지 내 전시실은 20위안이다. 공원 입구에서도 묘지 입장권을 팔지만 공원 안에서도 살 수도 있다. 나는 일단 5원만 내고 공원에 들어갔다.
북릉 입구
지도
북릉 공원은 엄청나게 넓다. 그리고 현지인들은 공원에 들어가는 것이 무료인 것 같다. 무료가 아니더라도 5위안이면 부담 없는 돈이므로 앞 쪽 공원은 시민들을 위해 개방해준 느낌이다. 실제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동네 공원 같은 느낌이다.
유유자적
공원 안에는 큰 호수가 있는데 엄청 넓고 주변 관경도 아름답다. 사진을 이렇게 찍어서 그렇지 주변은 거의 유원지 수준으로 사람이 많다.
악기 소모임 중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모여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어르신들은 흥이 많은 것 같다.
사람이 많다고는 하지만 워낙 넓어서 잘 돌아다녀 보면 사람이 적은 구간도 간간이 보인다. 물도 고요하고 초록이 아름다워서 중국의 왕족들이 부러웠다. 이런 곳 묻힐 수 있다니.
공원이 너무 넓어서 한참 돌다가 북쪽 묘지에 들어갔다. 입장권이 40위안으로 공원에 비해 비쌌는데 그 덕분에 사람이 적어서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묘지가 거의 궁 수준으로 잘 되어 있다. 아니 사실 고궁보다 괜찮았던 것 같다. 나무도 더 많고 사람도 적어서 고요하고 시원했다.
코끼리, 낙타, 기린
코끼리, 낙타, 기린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사후 세계에서도 동물들과 함께 살어리랏다 하는 생각이 엿보였다. 살아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부딪혔는데 죽어서는 상상 속의 동물과 함께 살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자세히 보면 성벽 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위로 올라가 보았다.
왼쪽 언덕이 무덤
성벽을 돌다 보면 웬 언덕이 보이는데 그게 무덤인 것 같다. 앞서 가던 사람은 열심히 기도를 하며 지나가더라. 상당히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어서 입장권이 비싼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위에서 바라본 모습
성벽에서 내려다보니 웅장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본 고궁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크고 높고 검은색이 많아서 위압감을 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궁보다는 릉에 있는 건축물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북릉 공원에서 나온 후 지하철을 타고 장씨수부 박물관으로 갔다. 중국은 입장권을 보통 메이투안으로 사는데 여권이 들어가지지 않아서 표 사는데 애를 먹었다.
외교관 장씨세가
장씨수부는 벼슬하는 장씨네 집이란 뜻인데 이 집이 대대로 외교관을 했던 것 같다. 들어가면 청나라 때부터 개화기를 넘어 80년대까지의 건축물과 생활상을 볼 수 있다.
검은 색 마차
장씨네 집에 바로 들어가면 청나라 시절 검은색 마차가 보인다. 더 들어가면 검은색 자동차도 보이는데 디자인이 둘 다 비슷하다.
화려한 응접실
딱 중드에서 보던 고관대작의 응접실이다. 천장이 높고 나무 의자가 딱딱하고 고풍스럽다. 가운데 큰 도자기가 포인트.
개인 방인 것 같다. 응접실에 비해 단출하다. 겨울에는 약간 추울 것 같은 느낌?
외벽에 돌조각이 있는데 매우 섬세하고 화려하다. 선양은 나무 공예보다 돌 공예가 훨씬 발달한 것 같다.
그렇게 건물 하나를 보고 정원의 작은 통로로 빠져나오면 갑자기 르네상스 식 건물이 눈에 뜨인다.
이곳은 유럽인가
전형적인 중국식 건물에서 갑자기 르네상스 식 건물이 나타나서 놀랐다. 개화기 때쯤 세워진 건물인 것 같다. 확실히 외교관 집안이라 신식 문물 받아들이는 데 빨랐던 것 같다.
벽과 구조는 유럽 식인데 가구나 천정의 문양은 중국식인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질적이거나 하지 않는다.
공자와 노자가 노니는 액자가 포인트
응접실은 역시 넓고 화려하다.
밖으로 나오면 또 시대가 한소끔 지난 건물이 나온다.
벽면에 걸린 흑백의 사진이 시대를 설명해준다. 타임머신 여행인 줄.
응접실
응접실은 굉장히 넓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에 뜨인다.
개인 집무실은 응접실에 비해 간소하다. 개화기를 상징하는 전화기와 중국의 전통 문방구가 눈에 뜨인다. 저 때에도 펜이 아닌 붓을 썼나 보다.
침실
여기는 침실인데 주인 침실은 아니고 어떤 여자분이 사용하신 것 같다. 사진을 보니 엄청 예뻐서 깜짝 놀랐다. 침실은 대체로 다 작고 아늑하다. 지금 묶고 있는 호텔에서도 느끼는 것인데 손님이 오는 프런트 같은 곳은 넓고 화려하지만 개인 공간은 작고 검소하다. 뭔가 선양 지역의 특성인 것 같다.
여행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오니 바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일이 선양에서 마지막 하루인데 비가 길게 오지 않으면 좋겠다. 내일은 어디를 갈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