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에서 만난 미국의 독립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중간에 필라델피아가 있다. 필라델피아에서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먹기로 하고 아침 메가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연보랏빛 무궁화가 나를 반겨주었다. 필라델피아에 와서 무궁화를 보다니, 그것도 푸른빛이 도는 무궁화는 처음이라 신기했다.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필라델피아의 날씨는 워싱턴 보다 좀 더 선선해서 내내 얇은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다. 하늘이 높고 파래서 한국의 초가을 날씨 같았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독립의 근원지로 워싱턴(지폐)에서 보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필라델피아에 오면 반드시 보아야 할 독립기념관(Independence Hall)과 자유의 종(Liberty Bell) 뿐 아니라 플랭클린 박물관, 독립기념박물관은 MFL 라인의 5th St Independence Hall Station에 내리면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인디펜던스 스테이션에 내려 조금 걸어가면 Independence Visitor Center가 있다. 여기서 지도도 받을 수 있고 독립기념관 투어 예약도 할 수 있다. 방문자 센터는 매우 시원하고 여행객들의 쉼터뿐 아니라 관광 안내 상품, 서비스, 화장실까지 너무나 잘 되어 있으니 꼭 들리기 바란다.(화장실에 무려 다이슨 드라이어가 설치되어 있다. 와우)
방문자 센터 정문 길 건너에 독립기념공원이 있는데 이곳에서 독립기념관과 자유의 종이 있는 건물이 바로 보인다.
먼저 자유의 종을 보러 가기로 했다. 한국의 애밀레 종 정도의 크고 무거운 종을 생각했다면 약간 실망하겠지만 자유의 종에 담긴 의미는 무겁고 큰 울림을 가지고 있다.
자유의 종은 무형의 자유를 형상화하여 사람들에게 알리고 울림을 주는 역할을 하였던 것 같다. 세계의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자유의 종을 울리며 자유에 대한 열망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열심히 기다린 끝에 자유의 종 실물을 영접하였다. 이제는 종을 울릴 수는 없지만… 도비도 자유의 종을 울릴 날이 오면 좋겠다는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다음 분들을 위해 퇴장하였다.
자유의 종을 구경한 후 바로 인디펜던스 홀을 구경하러 갔다. 인디펜던스 홀은 미국의 독립 선언서와 헌법 등 중요한 사건들이 이루어진 곳으로 조지 워싱턴, 존 애덤스, 벤자민 프랭클린 등 미국의 위인들이 거쳐간 곳이다.
사실 들어가기 전에 방문자 센터에서 시간을 예약했어야 했는데 모르고 그냥 들어가서 입장객 줄에 섰다. 그 사실을 알고 예약하고 다시 와야 하나 했는데 관리하시는 분이 1명 정도는 괜찮다며 같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인디펜던스 홀은 그냥 들어가는 게 아니고 미국 독립의 역사를 설명해 주시는 전문 가이드 분을 따라 들어간다. 내용도 너무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현장에서 미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인디펜던스 홀에 들어가기 전에 가이드님이 사람들에게 서로를 소개할 기회를 주셨는데 정말 다양한 연령대에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오신 분들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대부분 미국 분들이었고 그들이 진지하게 수업을 듣는 모습에 미국 사람들이 미국의 독립 역사에 대해 경건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디펜던스 홀에서 공개된 방은 2개인데 그중 하나는 흑인 소녀에 대한 판결이 이루어지던 역사적인 장소였다. 오른쪽에 있는 검은 쇠창살 안에 흑인 소녀를 두고 그녀가 노예인지 아닌지 판결하는 자리였는데 아버지가 노예라고 하여 소녀가 노예가 아님을 판결한 역사적인 장소라고 한다. 가이드 분이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셔서 바로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해당 역사적 사실을 찾아 인터넷을 뒤졌는데 잘 찾아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두 번째 방은 미국의 독립선언서와 헌법이 만들어진 장소라고 한다.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이 동원되어 당시 참석했던 역사적 인물들과 견해와 토론들, 그리고 미국 자유와 독립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여기서는 사실 단어가 어려운 게 많아서 반 밖에 못 알아들어 아쉬웠다. 가운데 상석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앉았던 자리인데 이곳에 Sun Raise 문양이 있다고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였는데 ’ 그게 대단한 의미인가?‘했다가 나중에 프랭클린 박물관에 가서 그 의미를 깨달았던 것 같다.
그렇게 짧고 굵은 미국 독립 역사에 대한 가이드가 끝나고 집에 가면 미국 독립 역사부터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인디펜던스 홀을 퇴장하였다.
인디펜던스 홀을 빠져나오면 Great Essential이라는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에 가면 실제 독립선언서(위의 가이드님이 들고 있는)의 원본이 전시되어 있다.
문화재 보호 때문인지 사진을 못 찍게 되어 있는데 실내가 너무 어둡고 글씨가 너무 작아서 고개를 내빼어도 읽기가 많이 어려웠다. 단어도 어려워서 조금 읽다가 포기하고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13개 주의 대표의 이름이 서명된 독립 선언서는 자유, 평등, 행복이라는 가치를 실제로 만들어낸 선언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들의 속성은 힘을 가지고 돈을 가지면 그것을 놓지 못하는데 미국의 독립의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은 위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만든 독립선언서를 보면 그 힘을 나누어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행복을 찾도록 도와주고 실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자유와 평등, 행복과 같은 가치가 당연한 듯 하지만 어려운 것 같았는데 조금은 그 가치에 대해 되새겨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