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우리의 만남은 끝이 났다. 고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모든 빛을 다 소진하고 만나야 재처럼, 우리는 어둡게 내려앉은 서로를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의 마음이 이제 더는 타오르지 않음을, 서로가 어느 시점에서부터 인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당신은 나에게서, 나는 당신에게서, 다시는 피우지 못할 불꽃처럼 까마득하게 사그라져 갔다.
숱한 사랑의 고백은 한순간 터졌던 폭죽 속에 다 함축시켰으므로 나는 이제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한 줌의 재에 집중하려 한다. 여기 혼자된 시간 속에서 다, 그리워하고도 남은 것들만을 생각하려 한다.
그리하여, 이것은 이별, 이후의 이야기이다.
이제, 여기 사랑이 다 떠나가고 남은 자리에 놓여있는 밤, 별빛, 어둠, 그리고 발성되지 않았으므로 온전해진 무성의 정물들을 열거하는 데 온 마음을 다할 것이다.
자라지 않은 조화를 심고 물을 주듯 우리는 향기 없는 꽃을 사랑이라고 말했다.
안리타, 이별의 처방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