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우리의 대화는
독백과 독백의 우연한 교집합 속에서
간신히 이어가는 듯하다.
아주 가까이 있다는 우리들의 위로
그러나 사랑은 저편에 손을 뻗어도
도달하지 못하는 평행세계 같아서
온전한 대화로 연결되지 못한 채
마치 관객 없는 무대의 혼잣말처럼
짓거리다, 만난 듯하다가, 기대하다가
울다가 또다시 웃는
그러니까 사랑은
다 다른 종이 위에 쓰인 고독 이야기 같아서
어쩌면 낱장으로 완성되는 저마다의 삶,
그 혼잣말들이 모여 화음을 이루는 것
우리는 오늘도
저 혼자 손 내밀고
저 혼자 손 밀치는
사랑과 이별의 연극을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 안리타, 사랑과 이별의 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