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은 나의 습관에 대한 반영이다.
그 간단한 명제는 나이가 들수록 선명하게 몸에 새겨지는 것 같다.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날씬해지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나태한 습관에 몸은 금방 망가지고 회복하는 것은 꽤나 더디었다.
식단 일기를 쓰면서 나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1. 붉은 육류(돼지고기, 소고기)는 먹을 수 없음
2. 특히 가공육은 매우 나쁨.
3. 닭과 달걀, 생선은 괜찮지만 총지방의 섭취가 하루 40%(칼로리 환산)가 넘으면 안 됨.
만약 1-3 중 어느 하나라도 지키지 못하면 전 날에 반드시 약을 먹어야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저 3가지를 철저하게 지키면 되는 것이다.
생각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특히 매일 한 끼를 급식을 해결하는 나에게 1,2번은 매일이 큰 고비였다. 남자 고등학교의 특성상 급식에서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단가 문제가 있으니 비싼 고기는 어렵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고기나 가공육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나왔다. 게다가 아이들 입맛에는 생선은 정말 맛이 없으니, 생선은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밖에 맛볼 수가 없다.
초반에는 고기반찬은 거의 먹을 수가 없어서 집에서 계란을 삶아 싸가지고 다녔다. 어쩔 때는 밥과 김치, 준비한 계란밖에 먹을 수 없는 날도 있었는데 다행히 메뉴가 점점 좋아지면서 채식의 날이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가 늘어났다. 나중에는 계란을 싸지는 않고 오전에 김급식으로 메뉴를 미리 확인 후 붉은 고기가 주 메뉴로 나오는 날에는 아침에 단백질 섭취를 늘려주었다. 익숙해지니 순기능도 있었는데, 고기를 섭취가 제한되니 섭취 칼로리가 거의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붉은 고기류는 생각 보다 칼로리가 높은 편인데 이걸 제하고 먹으니 평소 800-1000kcal였던 급식이 400-500kcal가 되었다.
식단 일기를 쓰다 보니 달달한 간식의 유혹을 쉽게 제어할 수 있었다. 내가 사용한 어플(삼성 헬스)에는 총 칼로리뿐 아니라 영양소 비율까지 알 수 있어서 잘 이용하면 건강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왕 식단 일기를 쓰는 거, 조금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여 살도 좀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섭취 칼로리를 1300kcal로 정하고 (일반적인 여성 다이어트 칼로리로는 꽤 높은 편이다) 탄단지의 비율을 잘 지키려고 노력했다. 특히 식습관이 채식에 가까워서 단백질 섭취가 많이 떨어지고 평소 식습관도 탄수화물에 많이 의존하는 형태라서 의식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두유를 마시고 아침 식사는 반드시 계란, 생선, 닭가슴살 중 하나를 정해 50g 이상 섭취했다. 밥도 단백질이 조금이라도 더 들은 콩을 거의 50% 비율로 늘리고, 지방 분해를 위해 매일 양파를 반개 씩 섭취했다. 대체로 기름을 적게 넣은 볶음밥을 해 먹었는데 칼로리 제한 이후 허기가 지는 일이 많아 처음에는 콜리플라워 라이스의 도움을 받았다. 그 외 달달한 과일 섭취는 되도록 줄이고 야채를 비율을 늘리는 쪽으로 식단을 개선했다.
혼자 사는 독거인 특성상 채소를 많이 사기는 어려워서 보관이 용이한 토마토를 주로 먹고 냉동 야채 같은 치트키도 적극 이용하였다. 신선식품을 오랜 기간 보관하면서 먹다 버리는 습관도 없애기 위해서 컬리 패스에 가입해서 조금씩 자주 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처음에는 너무 식비 지출이 많은 것 아냐, 하며 걱정했는데 막상 가계부를 까 보니 이전보다 돈이 덜 들었다. 직접 마트에 가서 사면 대부분 4인분용이고 충동구매를 해서 더 많이 사고 많이 버렸던 것이었다. 오히려 마트 가는 시간도 절약되고 신선식품 유통기한도 지키며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게 되어 일석이조였다.
덕분에 속도 좋아지고 수면 시간도 점점 늘어나면서 몸이 좀 더 여유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즈음 나는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