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채식주의, 넉 달째

그래서 얼마나 좋아졌니?

by 수리향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비자발적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채식을 시작한 지 4달, 병원도 완전히 끊고 매일 식단 일기를 쓰면서 깨달은 것은, 붉은 고기가 원래 인간의 몸에 그리 좋지 않은 음식들이었는데 몸이 예민해져서 금방 알아차리게 된 것이랄까? 붉은 고기류 뿐 아니라 감자튀김이나 닭튀김 같은 튀김류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좌절 반, 체념 반 그렇게 서서히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1. 식단은?


방학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식비에 대한 지출이 커졌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메뉴보다는 무난한 메뉴를 돌려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몇 번 채식 요리를 해보고 영양 성분이 적당히 골고루 있고 식자재가 저렴하며 만드는 데 시간이 적게 드는 음식이 정착했다.


내가 주로 먹는 것은 양파, 토마토, 냉동야채믹스, 병아리콩, 귀리밥, 달걀, 노르웨이 고등어, 닭가슴살 큐브이다. 정말 딱 이것만 먹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이렇게 먹는다. 특히 단백질 섭취에 신경을 많이 써서 적어도 60그램 이상 섭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기의 양이 아니라 그 안의 단백질의 양이다.) 영양성분 섭취량은 삼성 헬스 어플에서 식단을 넣으면 자동으로 구해주는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뿐 아니라 다른 주영 양성분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서 자칫 치우칠 수 있는 영양소를 잘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삼성 헬스 식단 관리


간식으로는 냉동 과일, 사과, 애사비(애플 사이다 비니거), 견과류, 무첨가 두유를 챙겨 먹는다. 특히 애사비는 얼마 전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항상 변비(아니면 설사)를 달고 살던 나에게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식후 한 스푼씩 탄산수에 타 먹는데 소화뿐 아니라 신진대사도 부쩍 좋아진 느낌이다. 평소 변비나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2. 운동은?


직장의 학기 중에는 그냥 한두 정거장 걷는 정도로도 충분했고 대학원 때문에 더 운동할 시간을 만들기 어려웠었다. 대학원 종강 나면서 저녁때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방학 중에는 새벽 시간으로 변경하여 계속하고 있다. 일단 공원 한 바퀴를 돌면 3킬로 정도인데 조금 더 돌아서 요즘은 4킬로 정도 돌고 있다. 그렇게 오전 30-40분 운동하고 저녁때 잠깐 나가서 천천히 걸으면서 대충 만보를 채우고 있다.

작지만 꾸준한 만보 채우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5킬로로 늘리고 싶고 기록도 더 단축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몸이 따라주지가 않는다. 한 1 킬로그램 정도 몸무게를 감량하면 달리기 좋은 몸이 된다고 하는데 여기서 더 빼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지금의 몸 상태가 힘 있고 가장 건강한 것 같다.



3. 몸의 변화는?


알레르기는 낫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먹어 보면 역시나의 결과를 가져오는 정말 정직한 몸…. 그냥 포기하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 물론 고기 한두 점, 만두 한두 개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어쩌다 한번 먹어야지 매일 먹을 수는 없다. 그리고 막상 익숙해지니 그렇게 고기가 당기지 않는다. 요즘은 페스코 베지테리언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닭고기의 비중을 점점 줄여 나가고 있다. 이번 닭가슴살만 다 떨어지면 생선과 달걀만 섭취하는 페스코 오보 베지테리언이 될 것 같다.


채식을 하면 살이 많이 빠질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평소 고기를 그리 즐겨 먹는 편도 아니었고 내가 살이 쪘던 것은 과자, 빵, 초콜릿 같은 간식류 때문이었다. 이것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간접적인 원인임을 깨닫고는 끊기는 했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간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비건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한통 시켜서 조금씩 먹어준다. 먹을 것 다 먹는 채식이다 보니 살은 생각보다 빠지지 않고 대신 몸이 좀 맑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가장 의외였던 것은 눈이었는데,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좌우 시력이 1.2가 나왔다. 원래는 1.0과 0.9를 왔다 갔다 하는데 1.2의 글자가 그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매일 컴퓨터에 머리 박고 있고 프로젝터로 넷플릭스도 보며 혹사하는 눈인데 갑자기 좋아진 것은 역시 채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건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이 가까이 오기 전까지는 관리가 어려운 것 같다. 나도 이렇게 즉각적인 벌(알레르기)이 없었다면 식단도 바꾸지 않았을 것이고 운동도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일찍 아프고 일찍 깨닫는 것이 나이 들어서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진 않을까? 100세까지 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는 동안은 생산성 있게 몸을 굴리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나를 절제하고 가꾸어 가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태양 아래 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