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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Nov 04. 2021

파랑이 많아서


나를 오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갑자기 그림을 그리게된 것도 신기해하지만

그보다 내 그림이 알록달록 한 것에 더 놀란다.

가족으로 사십년간 같이 살고있는 올케언니도 그 중 하난데 언니는 몇번이나 내 그림 색이 이럴지 몰랐다고 말한다. 남들에게 보이는 나란 사람은 어떻기에ᆢ


나의 내면은  사실 이러저러한데

밖으로 보이는 나는 또 누구에겐 저럴수도

다른 누구에겐 이럴수도 있고ᆢ

서로 말로 내뱉지않고도

이런저런 걸 생각할 수있으니

그림이란 아무튼 글과 달리 재밌다.


글은 처음엔

온통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위로받는

나만을 위한 사적영역이었다가

어느 순간부턴 뭔가 자꾸 남에게 이해시키려하고

소통이 안되면 뭔가 억울해

또 덧붙이고 고치게 되었다면

그림은 맘대로 그리고 맘대로 봐라 하는 느낌이랄까.

내 그림이 내 글보단 더 아마츄어적이라서 일수도 있겠지만ᆢ


아무튼 확실한 건 내 그림의 색은

순전히 집에 남아있는 물감의 종류와 량에 기인한다.

나는 종이와 캔버스를 사는 것외엔

그림을 위한 소비를 안해

딸과 심지어 조카가 쓰던 이십여년전 물감으로 알뜰소비 경제형 그림을 그리는 중인데

내가 쓰는 알록이달록이 색들은 아마도 딸이나 조카가 잘 안쓰던 색이라 더 많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평소의 색과 달리 아무색을 마구 칠하는 것에서 어떤 숨막히는 현실에 분탕질을 하는 묘한 희열과 자유를 느꼈던것도 같다.

머릿속에 어떤 의식도 없으니, 더 그릴게 없어

꽃이나 그리는 것처럼 ᆢ


결론적으로

오늘의 그림은

굳어가는 흰색과 녹아흘러내리는 파랑,

상태나쁜 물감을 얼른 써버리자는 목적의 꽃이다.


그러고보면 사는 것도 가끔 그렇다.

적성이나 취미 때론 능력대로 살지못하고

놓여진대로 사는 ᆢ

아 ᆢ 이건  재미없는 삶의 방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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