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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Nov 01. 2021

아름다운 건 때로 왜 이토록 허무한가

작년 어제는 블루문을 보았다.

한달에 달이 두번이나 차오르는 신비를 보며

세상의 모든 생각지않던 일도 사실은 질서 속에 이루어지고 그러니 결국은 또 그렇게 지나갈 것인가를 생각했었다.


올해 어제는 시어머님의 섬망이 심했다.

영혼의 파동이 커선가. 오히려 기운은 좋으신중에 자꾸 어머님의 두 딸이 죄를 지어

경찰에 끌려갈거라고 걱정하셨다.

남편과 나는 그것이 꿈이라고 말씀드렸다가  사기치는 전화가 온거라고 말씀드렸다가

경찰이 착오가 있었단다고 하였다가 결국엔

잘 해결될거라며. 어머님과 남은 우리라도 더 굳세게 버티자고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까지 하였다.

그 와중에도 나는 어머님의 환각속 죄인이

며느리인 내가 아닌것에 다행스러워했다.


어머님의 혼돈을 간신히 재우고

밤엔 시골에서 복숭아를 키우는 세째오빠와 만났다.

갑작스러운 만남에 오빠가 아는 곳으로 약속장소을 정하자니, 그곳은 오빠가 큰사업을 하고 한창 잘 나갈때 부모님과 함께 자주 들렀다는 곳이었다.


온갖 곡절끝에 모든 걸 잃고 서울과 도심을 떠나

'진인사대천명'을 뼈저리게 맞고있는 농부 오빠와 만난 호숫가 이태리식당에서

우리는 한그릇에도 오빠가 일년내 고생해 키운 복숭아 한상자값보다도 비싼 음식을 먹으면서도

맛을 모르고 할 말을 몰랐다.


몇계절만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비맞은 복숭아를 탓하고 하늘을 탓하고

농사의 비전과 오빠의 노후를 잠시 걱정하다

쓸모없는 동생인 나는 공연한 와인잔만 흔들었다.


포옹을 하고 헤어지는 순간

오빠가 시골에서 달인 첫 된장과 간장을 주었다.

깨끗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그것을 받아 오는동안 시월의 마지막 밤이 가고있었다.


아름다운 건 때로 왜 이토록 허무한가.

아름다운 시월의 밤이 허무한 마지막 밤이

그렇게 가고있었다.


#허무 #시월의마지막밤  #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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