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삐 색 봉통
1. 어제 오후 늦게 샤워를 했기에 오늘 아침엔
간단히 다시 머리만 감을 예정이다.
2. 목요일은 항상 그림 수업을 가는 날이라 설레기도 하고 분주한 날이다.
3. 이젠 완벽한 루틴으로 자리 잡아서 목요일 아침은 그리 분주하지 않다.
4. 미리 모든 준비를 마친 아이가 가방까지 메고 기다린다.
5. 더울 것 같아 여름에 자주 입는 검은색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색도 진하고 길어서 속바지는 입지
않았다.
6. 예상보다 빠르게 집에서 나왔다. 8:25
7. 햇빛은 청량한 아침인데 어제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된다. 아이가 아침에 예보를 봤는데 3시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
8. 우리는 우산을 챙기러 집으로 다시 올라갔다.
9. 내가 신은 노란색 가죽 에스파듀 신발은 비 맞으면 최악이 되기에 올라간 김에 다른 신발로 갈아신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허전함에 속바지도 다시 입었다. 반짝이는 폴리로 만들어졌고 밑부분엔 레이스도 있는 전형적인 속바지다. 이것만큼 편한 속바지가 없다. 색은 내가 좋아하는 밤바다색이다.
10. 아이는 그 틈에 왼쪽 팔에 생긴 멍이 창피하다며 밴드를 붙이고 있다. 혼자 손을 휘두르다가 책상에 부딪혀 생긴 멍인데 크기도 크고 색도 진하다.
11. 누가 관심을 가지고 멍에 대해 물어보는 게 싫다고 한다. 아이는 밴드의 각도를 세심하게 조절해서 대각선으로 붙인다.
12. 지체한 시간만큼 우리에겐 여유가 없다. 후다닥 집을 뛰어나와 아파트 정문으로 향한다.
13. 아파트 정문 앞길로 가면 늘 헤어지는 장소인 무인 과자가게 앞에서 우리는 인사를 했다. 돌아보니 버스도 오고 있다. 아이는 몇 번을 뒤돌아 보며 인사를 한다.
안녕. 이따가 만나.
14. 버스를 타서 자리를 스캔해보니 2명이 앉는 자리의 창가가 비어있다. 비집고 들어가 배낭을 무릎 위로 올리는 순간 내 손에 보이는 실내화 주머니.
15. 어쩐지 다들 날 쳐다보더라.
16. 일단 부저를 누르고 다음 정류장에 내렸다. 마을버스라 정류장 간격이 좁아 다행이다.
17. 실내화 주머니를 하루 종일 들고 다닐 순 없다. 난 달린다. 앞에 아이가 보인다.
18. 시간이 한참 된 거 같은데 애가 아직도 학교 안 들어갔네. 다행이다. 으나야~~~~
19. 둘이 멋쩍게 웃으며 만난다. 왠지 서로가 안심이다. 아이는 다음 버스 타라며 문 앞까지 같이 가자고 내 손을 잡는다. 아이 손이 도톰하다.
20. 이젠 정말 안녕!
21. 조금 기다리니 저만치 초록 버스 얼굴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