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링수링 Jul 07. 2021

이곳은 나의 장소다


때로는 사람보다 장소가 나를 기억한다. 사람은 그곳에 없어도 장소는 남아있다.


나의 안식처는 어디일까.

한때는 그것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 옆에 있어줄 사람, 친구 또는 연인 그리고 가족.

그들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고 매달렸다.


절친이 없는 것이 늘 불안했다. 한번 생긴 절친이나 친구는 끝까지 지속되어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땅한 절친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연인은 친구이자 든든한 울타리였다. 하지만 친구와 다르게 연인과 함께하는 것은 기쁨과 슬픔과 상처가 공존한다.


친구는 헤어지는 것을 생각하고 만나진 않지만 연인은 언젠가 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만난다. 우리는 이별은 슬픈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애쓴다. 그렇게 애쓰는 불안함이 내 사랑을 갉아먹는다. 그 사랑은 어느새 구멍 나고 색이 변해있다. 그렇게 끝이 난다.


내 시간의 어느 부분만이 그 사람과 나의 시간이라는 것을 직시한다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함께하는 동안 이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더 뜨겁게 사랑했을까? 아니면 언젠가 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내 시간을 다 쓰며 이별의 순간이 오는 것을 불안해한 걸까?


장소와 시간은 나의 것이다.

내 시간과 공간 속에 순간의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지금 여기에서 만난 인연을 그 안에서 충분히 즐기기로 해본다. 이별하지 않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한다. 설사 이별을 한다 해도 슬퍼하지 말자.


우리의 시간을 다 쓴 거니.









매거진의 이전글 두 번째 스무 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