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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가을 여행

여행의 이유

by 수링


오랜만에 셋이서 여행을 왔다.


처음엔 부여로 2박 3일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여행을 가는 친정부모님과 여러 이유로 갑자기 합류하게 되면서 안면도 2박은 부모님과, 부여 1박은 우리끼리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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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휴가 다녀오셨어요?라는 질문은 암묵적으로 해외나 국내 여행을 지칭하고 있다. 아무 데도 가지 않은 나는 그 질문이 불편했다. 휴가는 집에 머물며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그동안은 그렇게 쉬는 날을 보내곤 했다. 장거리 운전도 피곤하고 떠나게 되면 돈도 많이 들고 몸도 힘든데, 여행을 굳이 휴가에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여러 이유 중에 나에게 와닿는 이유는 없었다. 그저 누군가가 가니까,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아이에게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서. 이런 이유밖에 난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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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책도 챙기고 노트도 일기장도 챙겼다. 우습게도 그것만 넣어둔 천 가방은 여행 내내 가방 그대로 여기저기 옮겨 다닐 뿐이었다.


“ 여행은 서울을 잊게 해. 집 생각이 하나도 안 나. “ 엄마가 나에게 말한다. 그래. 맞다. 온라인 매일 그림 작업방도, 온라인 매일 글쓰기 모임도, 온라인 책모임도 모두 잊었다. 밀려있는 그림책 작업도 잊었다. 나는 다른 세계에 와있는 것 같았다. 다른 시절 다른 시간대에 머무르고 있는 듯했다.



그래 그게 여행이지. 그랬지. 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 그 순간에 몰입하는 것.


여행은 전원을 껐다 키는 거다. 그래야 나의 뇌가 뜨거워지지 않고 버벅 거리지 않고 느려지지 않는다.


여행을 가야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다.

매일 보는 가족이지만 여행을 가면 특히 아이가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볼 수 있다. 부모와 서로를 대하는 방식도 평소와 다르다. 서로의 거리와 위치를 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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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여행을 자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니 참 좋다. 여행은 그렇다. 돌아올 집이 있어서 더 좋다. 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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