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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덕분, 이름값.

by 수링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라디오를 듣는데, 청취자에게 온 속보라며 디제이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려주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이기도 하고, 작년에 아동문학 작가로의 길을 내디딘 나이기에 마음이 더 오묘했다. 울컥하기도 했고, 오늘은 온종일 한 시간에 한 번씩 눈물이 났다.


문득문득 감격스럽고 내가 한국 사람이어서 좋았고. 같은 시대의 사람이라 좋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내 시대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게다가 아시아인 최초 여성 작가라니! 이름도 한강이라니!


한강작가의 아버지의 인터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이름을 그리 지어서 딸이 이리 크게 되었나 보다고 한 말이 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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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는 전혜린작가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딸을 낳으면 이름에 전혜린작가의 린을 넣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아빠는 내 이름 중간엔 빼어날 수를 넣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 이름은 강수린이다.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싫었다. 아무리 똑똑한 여성이면 뭐 하나? 사랑하는 사람들 놔두고 삶을 끊어버렸는데. 난 싫은데. 난 똑똑한 여자는 하기 싫은데. 읽고 쓰고 외우고 공부하기 싫은데. 내 삶이 이름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 싫었다. 난 이름만큼 독특하고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 속상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나는 내 이름이 좋았다. 특별한 이름. 누구도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이름. 내 이름엔 서사가 있다.


작년에 나의 첫 그림책이 나와서 아동문학작가로의

삶을 시작했을 때 엄마의 첫마디는 내 이름이었다.


엄마가 이름을 멋있게 지어줘서 얼마나 좋니. 작가이름이잖니! 아 몰라 내 이름으로 안 할 수도 있어. 예명 쓸 거야. 퉁명하게 말은 했지만 결국 나는 내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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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내 이름덕 좀 볼 때가 되지 않으려나? 그림책의 길로 한발 한발 차분히 쉬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미래가 펼쳐져 있을 거니까.


그럼 그때는 엄마 내 이름 이렇게 지어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해야지. 근데 그날이 아주 오랜 후에 올 수도 있으니까 다음 책이 나오면 말해야지.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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