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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으나의 사춘기가 시작됨

by 수링


수링그림


사춘기가 뭐였더라. 엄마가 이유 없이 싫어지는 거라고 했던가? 자기도 왜 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엄마가 싫은 거라고 했던가? 아닌가?


내 딸은 이럴 줄 몰랐다. 다정하게 친근하게, 사랑으로 하지만 단호하게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 틀렸다. 그냥 그런 거랑 상관이 없다. 아무래도 우리 애한테 막말하는 유전자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사실이라면 말해도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기는 T란다. 아니 사실도 아니다. 저 나이에 할 수 있는 생각이 마치 사실이고 진실인 것처럼 나에게 말을 한다. 글로 적거나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면 별것도 아닌 말이라 입 밖으로 다시 내보내기도 씁쓸하다.


더 심해지기 전에 사람 사이의 예의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생각을 입 밖으로 모두 내보내는 건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알려줘야 한다. 특히 외모에 대한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말이다. (우리부터 하지 말아야 하는데..)


과연 내 말을 알아들을까?


차라리 서로 안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오늘 오전에 그동안 봐왔던 기가 막힌 상황들에 대해 애한테 화를 냈다. 그랬다가 혼자 짜증을 내고 열받고 황당해하며 씩씩 거리다 보니 애를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보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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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처럼 배 나오고 싶지 않아. 난 절대 안 그럴 거야. (밥이나 더 먹고 키나 커라 이것아!!!)

엄마는 저런 옷 못 입잖아. 들어가? (나 스몰 입는데? 도대체 얘는 나를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

엄마 얼굴 푸석푸석하고 울긋불긋하잖아. (외국사람 피부 얘기하는데 내 얘기를 왜 하지??)

그런 옷 입고 나가게? 진짜 이상해. 나 데리러 올 때는 입지 마. 엄마 뚱뚱하잖아. (내 옷은 내 자유인데

지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인 거지??)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우리딸은 안그럴 줄 알았는데! 이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와서 놀랐다.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 빙의된줄..


신랑이랑 둘이 서로의 외모를 놀리면서 낄낄대고 웃었더니 애가 이리된 건가? 그냥 그건 우리 둘의 웃음코드인데..



스마트폰 중독이고 공부고 뭐고 다 모르겠고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상처안주는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한거라고 얘기하자. 남 얘기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나 가꾸자. 본인이나 잘하자. 이게 우리집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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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아이 사춘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 일단 기록하자.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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