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퍼센트의 인생

Almostism

by soormj

‘잡기雜歧가 많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칭찬으로도, 조롱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이 말은 내게 둘 사이 미묘한 경계 어딘가에서의 평가로 느껴진다. ‘어느 것 하나 능통한 것은 없을지언정 또 완전히 젬병인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다’ 정도의 느낌이랄까.


“이 정도면 됐잖아?”가 입버릇인 나는 늘 80퍼센트 언저리에서 멈춰버리는 나쁜 버릇이 있다. 방금 전까지 열심히 달리던 두 다리가 무색하게 꼭 8부 능선만 넘어서면 더 이상 달리고 싶은 의지가 싹 사라져 버린다. 학업에서도, 직장생활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내 삶에서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던가. 나는 70과 90 사이를 떠도는 망령이다.


약간의 술을 마신 김에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겁쟁이다. 한계를 마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슬프고, 또 무서운 일이기에 나는 늘 적당한 정도에서(그것이 80퍼센트 정도) 선을 긋고는 그 가느다란 선 뒤에 숨어버리려고 한다.


나는 꽤 진지하게 시험을 준비했으면서도 막상 시험 당일 “아 난 오늘 시험 치는지도 몰랐어”라고 너스레를 떨어 버린다. 시험을 망치더라도 ‘뭐 어때. 난 시험범위가 어디인지도 몰랐는데”라고 자신을 속이고, 혹여나 생각보다 괜찮은 성적을 받는다 해도 그 정도로 난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라는 이미지가 씌워지길 바라며 나를 속이려 한다. 내가 나에게 거는 오래된 트릭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80퍼센트에서 멈춰버리는 것, 혹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도 사실은 자기기만이 발현되는 한 가지 방식일지도 모른다. “뭐 어때. 나는 아직 20퍼센트가 남았는데”


아까 술을 마신 김에 솔직해봤던 지점보다, 조금은 더 마신 이 시점에서 더욱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80퍼센트라고 생각했던 그 지점이 사실은 내게 100퍼센트, 그리고 한계였던 것이고, 내가 100퍼센트라고 생각했던 건 사실은 120퍼센트, 내 능력 밖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주 솔직해진 자신, 그리고 나와 동류의 인간들에게 조금의 위안을 주자면, 80점짜리 능력을 가진 인간 역시 세상에서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90점짜리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의 근간이 되어주고, 70점짜리 인간에게는 겸손함을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타이핑을 멈추고, 지금까지 썼던 것을 다시 읽어보았다. 역시나 80점짜리 글이었다. 이게 내 삶의 방식이다. 나는 오늘도, 거의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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