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든 밤,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무작정 산책을 나섰다. 위로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나와 같은 심경에 거리를 걷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가로등도 많지 않은 어두운 거리엔 사람 그림자조차 드물다. 드문드문 가게 간판들만 꺼질 듯 빛을 내고 있다. 괜히 더 외롭다.
간판에 쓰인 상호들이 눈에 들어온다. ‘은혜부동산‘, ’삼거리슈퍼‘, ’엄마손분식‘같은 흔한 이름들. 그냥 지나치려다 문득, 생계를 걸고 시작한 이름이 결코 허투루 일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 나름의 소망을 걸고 신중히 지은 이름들일 것이다.
마음이 힘든 밤,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들이 내 길 위에 나지막이 빛을 내고 있다 생각하니 조금은 덜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