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but how?
‘이과들 일 안 하네'
'이과들 일 안 하네'라는 밈이 있다. 기계공학 지식은커녕, 기초적인 물리상식도 없는 소위 ‘문과’들이 황당무계한 아이디어를 내놓고는, 그것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를 ‘이과가 일을 안 해서’라고 우기는 식의 농담이다. — 블루투스처럼 무선으로 물이 전송되는 샤워기라든지, 전기로 충전되는 두루마리 휴지 같은 것.
직접 겪은 비슷한 일이 있다. 내가(문과 : 교육학전공) 사원 2년 차쯤 되던 어느 날, 보고서를 써 갔더니 팀장님(역시 문과 : 경영학전공)은 첨부된 그래프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백지와 펜을 꺼내더니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기엔 이런 식으로 연도가 들어가고, 여기엔 구매금액이 들어가고, 아, 수량도 보여줘야 되네? 이런 식으로는 평균 재고금액이랑 환율도 넣어야지. 그리고...”
단순하게 시작된 그래프는 점점 복잡해졌고, 팀장님 머릿속에조차 구체적인 이미지는 없었는지 ‘뭐 대충’, ‘~하는 식으로’, ‘이런 느낌’ 같은 말만 이어졌다. 혹시나 아이언맨 수트 설계도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복잡해진 백지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건 2차원으로는 구현이 안 되는데요. 12차원정도 되어야..’
그건 그렇고,
모의고사 수리영역 최저 점수 기록 4점. 삼각함수를 수능일까지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데다가, 시험지 채점 때마다 합산해 본 점수가 달라서 ‘내 점수는 대충 몇 점에서 몇 점 사이’ 쯤으로 생각할 정도로, ‘찐 문과’ 대표인 내가 아이디어를 하나 발표하니, 전국의 이과들은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이것은 베개다.
차가운 동시에 따뜻하므로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딱딱하면서도 푹신해 편안함과 동시에 경추를 안정적으로 잡아줄 수 있다.
어떤 원리에서(이건 잘 연구해 보시라) 뇌파를 조절할 수 있어서, 원하는 테마로 꿈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밤에는 아예 꿈 자체를 OFF 할 수 있다.
— 물론 꿈의 세세한 내용까지 조절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건 너무 황당한 이야기겠지.
게다가, 이 베개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극할 수 있어서, 근육은 증대시키는 동시에 체지방을 쏙쏙 분해시킨다.
모양은 ‘대충’ 둥그런 모양인데, 우주선 같기도 하고, 스포츠카 같기도 한 ‘느낌’, 뭐 그런 식으로.
무엇보다 위에서 열거한 것 중 한 두 가지는 빠져도 좋지만, 꼭 들어가야 할 기능이 있다.
잠자는 동안 뇌에 상식과 지식을 주입해 주는 기능이다. — 무의식중자동학습기능이라 부르겠다.
기왕이면 물리나 공학지식 같은 ‘이과적 지식’이 좋겠다. 블루투스 샤워기나 충전식 휴지 같은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더 나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