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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리 Jun 02. 2024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 어느 주말의 기록

(BGM- 이한철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With 박새별))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이 되고 나서

달라진 것들 중 가장 아쉬운 것 하나는

체력이 너무 예전같지 않다는 것.


초기에는 너무 심한 입덧에,

지금은 말 그대로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해

걷기도, 앉아있기도 쉽지않은 나날들이다


이런 변화가 가장 아쉬운 것중 하나는,

우리 부부의 주된 취미인 '공연 즐기기'가

많이 제한된다는 것.


자주 가는 화장실,

한 곳에 오래 앉아있으면 아픈 허리 등등으로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세심한 남편의 세심한 준비들로

(사이드 좌석, 보고싶었던 출연진, 무리되지 않는 코스 등)

간만에 대학로 연극 나들이를 다녀왔다





혜화에 도착해 연극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저녁을 먹기 위해 우리는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혜화 돈텐동식당. 김치나베 돈가스. 그리고 스텔라장을 닮은 여사장님.


히야시우동(냉우동)과 김치나베돈가스 중 고민하다 고른

메뉴는 김치나베돈가스.


남편도 같은 메뉴를 고르고 기다리는데

마침 밥이 다 떨어져서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사장님의 말에

우선은 먼저 나온 밥으로 함께 나누어먹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게를 둘러보다가

'김치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라는 문구가 보였다


남편에게 나는

'역시 K-한국인이라면 김치나베돈가스에 김치반찬이지'

라는 농담섞인 말을 하고는 속으로 '먹다가 필요하면 말씀드려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곧 새 밥이 나왔다

그걸 나누어먹으려는데 갑자기 여사장님께서

김치를 가져다주시는게 아닌가.


'뭐지, 우리 이야기를 들으신건가.' 라고 의아해하는데

남편이 농담으로 '우리가 김치를 좋아하게 생겼나' 했다

그래서 멋쩍은 웃음을 짓다 나중에 계산할때 여쭤봐야지

하고 있는데, 조금 이따 '혹시 밥 더 드릴까요?'라고

물어보시는게 아닌가. 그래서 '아뇨, 괜찮아요(웃음)'라고

대답한 찰나, 사장님 왈.



"많이 먹고 힘내셔야죠."


그 말에 그만 눈물이 왈칵.





원피스이긴 했지만 임부복은 아니었고

배도 아직 육안으로 보기에 한눈에 알아볼 정도도 아니어서

모르시겠거니 했는데, 내가 임산부인걸 알아채시고는

계속 신경을 쓰고 계셨던거였다


사실 내 임신 사실을 아는 사람들로부터 배려, 이해를

받아보지 않은건 아니나 정말 낯선 사람으로부터 임산부라는 이유로 따뜻한 배려를 받은게 처음이어서,


그리고 나의 힘듦을 알아주는 그 말에서

나도 애써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힘듦이 느껴져서,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시간들은

누군가의 응원을 받을만한 시간이구나 싶어서


눈물이 왈칵,


밥을 다 먹고 가게를 나서는데

"순산하고 오세요!" 라는 마무리 말까지.





그리고는 보러 간 연극은 너무나도 좋았고,

연극이 끝나고 남편은 나에게


"너가 즐겁게 연극을 보니까 나도 너무 좋더라."


그 말에 또 한번 느껴지는 마음.


그 마음들이 너무 고맙고, 따뜻해서 .


마음을 알아준다는건 헤아림을 받는다는건 이런거구나

또 한번 느낀 날.

영화로 먼저 접한 연극 '클로저'. 안소희, 진서연, 이상윤, 유현석 배우님 만만세 !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 않은 요즘이지만

어느 때보다 이해, 배려, 사랑이 넘쳐나는 요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려

씩씩한 태동으로 응답하는 뱃속 아가 둥이,


늘 나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주며

곁에 함께하는 남편,


몸이 무거워 힘들어보인다며 마사지기를,

내 튼살을 책임져주는 튼살크림을,

태어날 둥이를 위한 동화책과 배냇저고리,턱받침을,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잠옷 선물을 선사해준

고마운 친구, 동생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주말 카페뷰. 마음이 담긴 선물메시지 카드. 사랑의 계절이 담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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