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둘째의 천식이 신호를 보낸다.
주말 사이 친척들과 잠시 쐰 바깥바람이 아이에게는 버거웠던 모양이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 병원으로 향하는 길,
평소엔 무심코 지나쳤을 병원 빌딩의 풍경이 오늘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병원 곳곳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께 자꾸만 눈길이 머문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일까. 문득 사무치게 그리운 그분이 생각나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르신과 비슷한 체형, 비슷한 옷차림을 한 분을 마주했을 땐
나도 모르게 물끄러미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더 내 눈에, 내 마음속에 그분을 담아두고 싶어서.
평소라면 따뜻하게 건넸을 인사도 어제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밤이면 잠이 오지 않고 뒤척이는 밤이 계속되지만,
괜찮다. 이것 또한 애도의 과정일 테니까. 뚝 끊어내듯 슬픔을 털어내는 것이라면,
그건 아마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당분간은 일을 잠시 멈추고,
아이들의 방학 기간을 빌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보려 한다.
빈자리를 채우는 법을 찾아, 펜을 들고 글을 쓴다.
요즘 나는 신인 작가들이 즐겨 찾는 공모전에 낼 소설을 구상 중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처음 도전하는 분야인데도 주변 반응이 꽤나 좋다.
스스로에게 이런 재능이 있었나 싶어 픽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기다려지는 건,
일주일 뒤면 세상에 나올 책이다. 어르신과 나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그 책.
의미 있는 흔적들이 종이 위에 내려앉아 활자가 된
그 책을 만날 생각에 매일 아침 눈 뜨는 것이 설렌다.
누군가의 생애가 내 글을 통해 다시 숨을 쉬게 되는 일.
나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매일매일, 아주 정성껏 채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