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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Feb 06. 2021

지속 가능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하려면

5년 차를 접어드는 글쓰기 모임 <작심삼십일>

어제 클럽하우스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방을 들어갔다가 스피커로 참여할 기회가 있어 제가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 <작심삼십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심삼십일은 글 쓰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30일간 매일 글을 쓰는 모임입니다. 2017년부터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사이드 프로젝트인데 벌써 5년 차가 되었네요. 오래가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글로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스피커로 소환



작심삼십일이 운영되는 방식을 먼저 좀 말씀드리자면, 2명의 운영자가 1년에 두어 번 작심삼십일의 인스타그램으로 공지를 올려 함께 글을 쓸 사람들을 모집합니다. 10명의 참여자들이 모이면 밴드에 초대를 했고, 매일 12시마다 그날의 글 주제를 공지합니다. 참여자들은 매일 주제에 맞추어 500자 이상의 글을 작성하여 올립니다. 같은 주제로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글을 썼는지 구경하고 댓글을 남깁니다. 이 과정을 30일간 반복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매일 글을 썼던 과정을 누구든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글쓰기 키트를 만들었고, 어제부터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이 글쓰기 키트를 준비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작심삼십일에서 내가 어떤 성장을 했고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모임인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어떻게 작심삼십일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건지 생각해 보았는데 아래 3가지 이유로 정리해 보았어요.   





1. 기간을 정해두고 시작한다.


딱 30일씩만 하니까 그 30일간은 바쁘더라도 끝이 보여서 달려갈 힘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운영했던 다른 모임들을 봐도 한 달이나 세 달 단위로 끊어서 운영하는 편이 즐겁게 참여하기 좋았어요.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그 기간 동안은 열심히 달릴 수 있어서 좋고, 끝난 다음에는 쉬는 기간을 가질 수 있고, 그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또 몸이 근질근질거리면서 다시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싶어 졌어요.


아무리 재미있어서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여도 가끔은 하기 싫어질 때가 있는데, 매주 혹은 격주로 활동하며 종료일을 정하지 않은 경우 어느 순간 좀 지치더라구요. 일정에 제가 끌려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번에 오픈한 작심삼십일 키트의 경우 초반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오픈일이 정해지자 더 탄력 받고 준비할 수 있었어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일정에 맞추어할 일과 각자의 역할을 정하다 보니 더 생기가 돌았어요.   



2. '더 친해지고 싶은' 파트너와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는 혼자보다는 마음 맞는 파트너와 함께 할 때 더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파트너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제 경우는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함께할 때 특히 결과가 좋았어요. '더 친해지고 싶다'는 말 안에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잘 되게 하는 많은 조건들이 이미 담겨 있어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내 기준에 매력 있고 어느 정도 취향과 핏이 맞는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향해서는 나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좀 더 열심히 참여하게 돼요. 아주 편한 사이보다는 일정이나 할 일 등의 약속도 더 잘 지키구요.


작심삼십일도 혼자 했다면 이렇게 길게 하지 못했을 것 같고, 규모도 지금보다 훨씬 작았을 것 같아요. 함께 운영하는 유선님과의 호흡이 좋았어요. 작심삼십일의 운영자는 아니지만 이번에 키트의 디자인을 맡아주었던 서진님도 좋은 파트너였어요. 텐션이 잘 맞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에게 부담스럽게 푸시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루즈해지지도 않는 적당한 균형을 이루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다 보니 작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서로 할 일을 챙기면서 앞으로 한 발씩 나가게 되었어요.   




3.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사이드 프로젝트의 가장 좋은 점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새로운 일을 도모할 때 이걸 할 생각에 두근거리고 자기 전에 아이디어가 막 생각나서 메모를 하는 그런 설레는 순간들이 있어요. 작심삼십일은 그런 순간에만 일을 진행시켰던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 글쓰기 워크샵을 열고, 작심삼십일을 여태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을 모아 연말 파티를 열고, 글쓰기 키트를 제작하는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시점을 떠올리면 항상 설렘의 씨앗이 있었어요.


그래서 작심삼십일의 프로젝트들이 참여자들에게 피드백이 좋았고 이런 프로젝트를 열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들었어요. 우리가 즐기면서 하니까 함께 해준 분들도 좋아했어요. 그리고 좋은 피드백과 응원을 받으면 작은 성취의 경험으로 남아 다음에 또 재미있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이번에 작심삼십일 글쓰기 키트를 만들며 나에게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나의 정체성 같기도 해요. 소속된 회사를 떼어내고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요. '모모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하는 누구입니다'라는 말 뒤에 나를 수식할 수 있는 말이 되어 줘요. 저는 요즘의 저를 '쓰고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해요. 그러면서 작심삼십일의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일은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합니다. 작심삼십일도 더 오래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작심삼십일 글쓰기 키트 펀딩이 잘 되어야 합니다!

<작심삼십일-취향편>은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키트입니다.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30개의 글 주제로 매일 글을 쓸 수 있도록 구성하였어요. 2월 28일까지 텀블벅으로 펀딩 받아요! 아래 링크 고고.

https://tum.bg/qIDw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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