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수신 Jul 23. 2018

늘 새로운 생각을 갖는 사람들의 습관

이 글은 제가 2015년 10월 FastCompany의 8 Habits of People Who Always Have Great Ideas의 글을 위해 인터뷰했던 내용을 더 정리, 보충한 것입니다.

https://www.fastcompany.com/3051713/8-habits-of-people-who-always-have-great-ideas


1. Look somewhere else for inspiration / 다른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창조적인 전문가라면 정보(information)가 아닌 영감(inspiration)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해도 이미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있다. 혹시 다른 사람들보다 어떤 정보를 조금 더 먼저 얻는다고 해도 그다지 차이가 없다. 다만 시간을 조금 더 벌었을 뿐이다. 테라바이트 정보 교류의 시대에는 정보를 남들보다 조금 더 먼저 얻는 일도 별로 생기지 않는다. 새로운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오토 쇼에서 얻으려고 한다고 하면 이미 한참 전에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는 것이다. 책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고 해도 이미 수많은 사람과 같이 발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한 새롭고 창조적인 생각은 나올 수가 없다.

자동차 디자이너라면 가구 전시회를, 인터랙션 디자이너라면 만화책을, 패션 디자이너라면 건축 콘퍼런스를, 건축 디자이너라면 패션쇼를 가 보는 것이 더 낫다. 출퇴근 때는 항상 다른 방법이나 안 가본 길로 가본다. 매일 그럴 수 없다면 일주일, 또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해 본다. 안 가던 레스토랑을 가 보거나 같은 곳에 가더라도 안 먹어 본 것을 주문한다. 평생 안 해보던 것을 해보거나 배워본다.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곳을 가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가본 곳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것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곳과 익숙한 곳을 연결하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2. TURN IDEAS INTO CONCEPTS / 아이디어를 콘셉트로 만들어 낸다

우리는 매 순간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을 한다. 하루 동안 떠오른 생각을 다 기록한다면 실로 엄청난 양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은 그저 왔다가 사라지는 생각일 뿐이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는 대체로 어떠한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배가 고프면 뭔가를 먹고 싶어지고, 어떤 것이 불편하면 그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다. 아름답지 못한 것을 보면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고, 어떤 생각이 나면 그다음 생각이 꼬리를 문다. 어떤 생각은 직관적이고 또 어떤 생각은 논리적이다. 따라서 어떤 생각은 설명이 가능하고 어떤 것들은 그렇지 못하다.

콘셉트란 아이디어와 달리,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고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디자인들은 어디선가 생겨난 아이디어가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서 콘셉트로 만들어진 후 디자인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반면에 실패한 디자인들은 아이디어들이 제품으로 대충 건너뛴 것들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은 그 아이디어를 창의적인 콘셉트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들을 정자에 비유한다면 콘셉트는 배아와 같으며 컨셉트가 디자인으로 개발되는 것은 임신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완성된 제품 (혹은 디자인)은 아기라고 할 수 있다. 정자가 바로 아기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아이디어가 디자인으로 바로 이어져서는 제대로 된 디자이너가 될 수가 없다.


3. BEHAVE AS IF THERE IS NO SOLUTION YET  / 아직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There is an app for that”이라는 애플의 광고 문구에서처럼, 우리가 사는 문명세계에는 모든 것을 위한 모든 것이 이미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즉 해결책이 이미 충분하게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또는 필요로 할 수도 있을 것들은 이미 어디엔가 있다. 웬만한 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하는 스마트폰, 수 백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보다 더 강력하고 빠른 자동차, 땀구멍까지 보이는 선명한 텔레비전,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해주는 앱 및 기타 모든 제품과 솔루션들이 이미 있고 또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만들어지는 순간 이미 이미 과거의 것이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제품이나 솔루션에 만족하는 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목마름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다.

약 10년 전 신시내티 대학에서 가르치던 디자이노베이션 스튜디오 수업에서 새로운 스마트 기기를 디자인하기 위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스마트 기기가 없다고 가정을 해보는 실험을 했다. 스마트폰들과 퍼스널 컴퓨터 등을 일주일 동안 사용하지 않고 나서 그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통신수단에 대한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었고, 그때 만들어진 디자인들이 산학 과제여서 여기에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이미 있는 제품을 조금 더 개선하는 (물론 이런 작업들도 의미가 있기는 하다)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생각을 필요로 한다면 현재 우리가 의존하는 것들을 버려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혁신은 진화가 아니라 돌연변이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노베이션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사용하지 않은 스마트 기기들


4. STAY YOUNG / 나이를 먹지 않는다   

주민등록증 상의 나이가 많아지는 것을 멈출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나이를 먹지 않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전문가가 되고 경험이 쌓일수록 이전에 가졌던 호기심이 없어진다. 즉 나이를 먹는 것이다. ‘나이‘든 전문가일수록 성공의 기억을 따라 일이 되는 루틴에 집착하게 되고, 실패의 기억을 따라 이것저것을 피하게 된다. 이 루틴과 회피가 바로 창조적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피해야 하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창의적인 전문가가 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되더라‘가 아니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미 아는 것도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늙지 않는 방법이다.

만일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후, 예전에 매킨토시를 만들던, 또 NEXT 컴퓨터를 만들던 경험을 발전시켜서 더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만들려고 했다면 우리가 아는 아이맥 시리즈는 나올 일이 전혀 없었을 것이고, 우리가 아는 애플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디자이너들이 스마트폰의 키패드 디자인을 더 좋게 만들려고 매달리고 있을 때 시장에 나온 아이폰이 다른 폰들보다 더 나은 디자인의 키패드를 가지고 나왔다면 오늘날과 같은 스마트폰들은 안 나왔을 것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은 젊음을 유지할 때만 나올 수 있고, ‘과거에 일이 잘 되던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면 절대 나이를 먹지 않는다.



Royal College of Art 유학시절 Mazda의 산학 과제로 진행한 혁신적인 개인 운송 기구 디자인



미시간 북촌에서 최수신

Sooshin Choi at Northville, Michig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