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수신 Aug 26. 2018

고급감의 디자인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 본다.

* 추가: 몇 시간 전에 버버리가 과거의 재고품 소각을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CEO인 마르코 고베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Modern luxury means being socially and environmentally responsible,", 즉 "현대적인 의미의 고급품은 사회, 그리고 환경에 책임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맞는 이야깁니다. 제가 아래에 쓴 글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인용합니다.

https://cnb.cx/2wP5KD8


2014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Interior Motives Conference에서 한 키노트의 내용을 나누어봅니다.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고급감에 대한 이야기지만, 보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도록 하기 위해서  원래의 내용과 의미를 조금 더 확장했습니다.


강연의 주제 - 본질: 고급스러움의 새로운 이해


Interior Motives Conference


고급스러움을 주는 것은 제품에 사용된 재료, 형태, 아니면 기술에 관한 것일까요.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철학적인 문제일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디자이너들이 고급스러운 물건을 디자인할 때 과하게 고급스러운 재료, 고급스럽게 보이는 형태, 그리고 앞선 기술을 가진 물건으로만 생각하는 나머지, 고급스러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일종의 고백입니다.


Interior Motives Conference에서 Luxury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급감과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고급감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내 강연 바로 앞 순서인 Volvo의 디자인 디렉터는 Volvo사의 새 모델의 시프트 레버의 손잡이를 크리스털로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바로 이런 것이 Volvo가 지향하는 고급감이라고 설명했고, 또 다른 강연자인 크라이슬러의 인테리어 디자인 책임자는 사용된 가죽의 재질과 스티치 등을 보여주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이야기했습니다. 둘 다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 즉 비싼 재료를 써서 정성들여 마무리한 것이 고급스러운 물건이라는 이야기를 한 겁니다.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고급스러운 재료, 고급스러운 터치로 만들어지는 고급감보다는 보다 더 본질적인 고급감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디자이너들이 지나치게 물건에 대해 시각을 좁히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철학의 현실화


디자인을 철학을 현실화하는 작업이라고 본다면 물건이 가져야 할 본질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진 후, 이를 현실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디자인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급스러운 물건이라고 한다면 무엇이 사용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지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은 채 재료나 소재, 장식과 기술 등에만 치중하는 것은 철학적인 고민은 생략하고 현실화 작업에만 매달린, 즉 무늬만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만들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란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밝히는 것이고, 또 본질에 대한 질문입니다. 복잡한 이야기 같지만,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것이 우리가 그렇게 느끼게 되는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고급스럽게 한다고 곧바로 고급 재료로 휘감기 전에, 왜 그런 재료가 고급감을 주는지, 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는 어떨 때에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좀 복잡해졌습니다. 우리가 다 아는 고급 재료인 크리스털과 좋은 가죽을 써서 디자인하면 쉬울 것을 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수준의 고급 디자인이라면 못할 사람이 어디 있나요.


고급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하려면 왜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어떤 순간에 고급감을 느끼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디자인 교과과정이 대부분 그리기, 연구하기, 만들기에 치중되어 있고 생각을 하는 과정으로서의 철학 (디자인 싱킹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



이 본질에 대한 질문은 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디자이너가 철학자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굳이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왜 그럴까" 하는 질문을 계속하다 보면 철학적인 시각을 만들어 냅니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의 문화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우리 개개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이런 식의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발견되는 것, 바로 이것이 철학적인 접근이 되는 겁니다.



이러한 생각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많이 알려지고 널리 쓰이는, Maslow가 주장한 인간 욕구의 5단계입니다. 이 인간 욕구의 5단계 체계의 가장 바닥에는 생리적인 욕구 (배고프면 먹고 싶고, 졸리면 자고 싶은)가 있고, 그 위에는 안전에 대한 욕구 (위험으로부터 피하고 싶은, 걱정을 덜하고 싶은), 그 위에는 사회적 욕구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또 남들로부터 뒤쳐지고 싶지 않은), 그 위에는 자존의 욕구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존경을 받고 싶은), 가장 위에는 자아실현의 욕구 (나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더 나아지고 싶어 하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장 아랫 단계 욕구의 만족만으로 충분하게 여기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장 강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또 반드시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그 위 단계의 욕구로 올라서는 것도 아니고, 사람에 따라서 어떤 단계의 욕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도 합니다.


자동차에 마슬로의 욕구 5단계를 대입해 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생리적 욕구, 즉 반드시 만족되어야만 하는 욕구는 A에서 B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자동차를 말합니다. Need 로서의 자동차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 위 단계, 안전에 대한 욕구는 쉽게 고장이 나지 않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말하는 겁니다. 자동차의 안정성과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이 단계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다음 단계인 사회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남들이 봐도 디자인이나 성능이 괜찮은 자동차를 원하게 됩니다. 그 단계를 만족시키고 나면 대부분 남들이 타는 자동차보다 더 나은 자동차를 가지고 싶어 합니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게 되는 겁니다. 자존의 욕구 혹은 존경의 욕구를 만족하고 싶어 하게 되는 거지요.


실제적인 경우에 대입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키노트 때에는 하지 않은 이야깁니다).


도요타가 1957년 처음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일 때는 일본에서는 중대형이었지만 미국 시장으로서는 소형차인 도요펫 크라운과 그리고 그보다 더 작은 코로나라는 모델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A에서 B로 가는 자동차들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거지요. 도요타의 자동차들이 크기는 작아도 잘 망가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점차 안전한 자동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사기 시작했습니다. 안전의 욕구를 만족시킨 겁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미국 사람들 눈에는 그저 잘 망가지지 않고 오래 탈 수 있는 소형차 정도의 의미였습니다. 70년대 초 세계, 특히 미국을 강타한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엄청난 크기의 미국 자동차들이 갑자기 소형화되고, 이전에는 소형차 취급을 받던 도요타의 모델들이 어느새 그 정도면 괜찮아 보이게 된 겁니다.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자동차로 인정을 받게 된 거지요. 도요타 캠리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입니다. 80년대에 들면서 세계 최고의 고급 자동차를 만들고 깊어한 도요타가 야심 차게 발표한 브랜드가 렉서스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렉서스 브랜드의 총책임자가 도요타의 디자인 책임자인 도쿠오 후쿠이치라는 사실입니다. 디자인이 고급 브랜드를 만드는데 핵심 요소라는 것을 완벽하게 의식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렉서스 LS400은 판매에도 성공하면서 그 전까지의 도요타를 네 번째 단계, 즉 자존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동차 메이커로 한 단계 올려놓은 것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유럽의 고급차에게서 얻던 자존, 존경의 욕구에 대한 만족을 아시아의 자동차에서도 얻을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LEXUS LS400

사실 많은 미국 사람들은 Lexus가 도요타의 서브 브랜드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일본 냄새가 풍기는 도요타라는 이름을 버리고 어떻게 들으면 라틴어 같기도 한, 그러면서도 Luxury라는 발음과도 어딘가 비슷해 보이는 이름을 가진 이 새 브랜드는 유럽의 고급차보다도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지 위해서 몇 가지 노력을 합니다.

- 잘난 척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고급 브랜드를 만들려고 하면 눈길을 끌기 위해서 온갖 미사려구는 다 가져다 붙일 만도 한데, LS400의 디자인은 꽤 심플하고 조용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크롬도 최소한으로만 사용한 것도 보입니다. 영어식 표현으로 bells and whistles가 없습니다.

- 엄청난 배려를 보입니다. LS400이 발표될 무렵 LS400은 7겹의 페인트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광고에서는 시동을 걸어도 엔진 후드 위에 쌓인 15개의 샴페인 잔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두 가지는 좋은 품질과 성능을 보여준 것이지만, 조용하고 부드러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도록 사용자를 배려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위의 렉서스에 대한 설명에서 고급감에 대한 키워드가 나왔습니다. 배려입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고급 제품, 고급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다른 고급 제품이나 자동차에서 힌트를 얻으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오토쇼에서도 고급차가 전시된 부스에서 고급차들을 들여다 보고, 고급 제품들을 판매하는 명품점에서 고급품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는 나름대로 고급스럽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자신의 고급 제품, 고급차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거지요.  


이런 활동들이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박의 빨간 속을 먹어 보는 것이 아니라 초록색의 겉만 핥아보고 수박이 맛있다고 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또 첨단 기술이나 비싼 재료를 충분히 쓰면 고급 제품이 될까요? 아래 Vertu의 스마트 폰처럼 금과 보석으로 덮으면 분명히 고급스러워 보이고 또 그런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워낙 비쌀테니 많이 판매하지 않아도 수익성이 있을테고, 또 희귀한 물건이 될테니 가진 사람들은 우월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런 고급감을 가진 제품의 디자인은 영향력이 거의 없을 겁니다. 즉 하나마나 한 디자인인 거지요.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고급감을 가진 디자인은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요.



제 키노트에서 강조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동차 산업을 항공사에 비유한 것입니다.


장거리 비행기를 탄다고 생각해 봅시다. 미국에서 일반석을 타고 한국까지는 12시간 내지 15시간이 걸립니다. 일등석을 타고 여행을 하면 상당한 배려를 받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타고 먼저 내릴 수 있고,  좌석, 샴페인, 음식, TV 스크린, 심지어 승무원 얼굴에 가득한 미소까지 모든 것이 일등석 승객을 배려합니다. 원하면 침대에서와 같이 두툼한 이불을 덮고 편안하게 자면서 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 또 즐겁고 편안하게 비행을 할 때가 기다려집니다.


이번에는 같은 비행기의 이코노미석을 타고 같은 거리를 비행해 봅시다. 길게 줄을 서서 탑승을 하고 나면 순서를 기다려 어깨보다도 좁은 자리에 앉아서 옆에 앉은 모르는 사람과 좁은 팔걸이를 놓고 쟁탈전을 비행하는 내내 합니다. 눞기는커녕 앞뒤로 허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습니다.  다리가 좀 긴 사람은 다리의 처리에 괴로워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수준의 음식은 배가 고프지 않다면 굳이 먹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손바닥만한 모니터를 들려다 봐야 합니다. 피할 수 있다면 다음번에 또 이코노미석을 타고 장거리를 비행하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같은 비행기 내에서 이렇게 하늘과 땅 차이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일등석이 이코노미석 승객의 서너 배의 비용을 냈으니 더 좋은 배려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전체 승객의 90 퍼센트가 넘는 이코노미석 승객들이 좋지 않은 경험을 한다는 것은 그 승객들은 물론, 그 항공사의 비즈니스에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 승객들은 언제라도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최소한의 비용을 내는 이코노미석 승객들에게도 일등석과 같은 것을 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실 많은 항공사들이 이 부분에 관심을 두고 많은 개선을 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전에는 모든 승객이 같은 영화를 봤었어야만 했는데 지금은 각자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정도밖에 없는 단순한 메뉴이지만 종이에 인쇄한 메뉴로 비치해 두기도 합니다. 또 질은 떨어지지만 슬리퍼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개선할 것은 많이 있습니다.


자동차 메이커에도 항공사 업계에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의 라인업에도 일등석에 해당하는 고급차 모델과 이코노미석에 해당하는 보급형 모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90퍼센트가 넘는 승객들이 자신들은 배려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언제라도 다른 항공사의 항공편을 타게 될 수도 있는 것처럼, 90퍼센트의 사용자들이 언제라도 다른 메이커의 자동차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메이커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모든 사용자 - 최고급 모델의 사용자든 가장 낮은 가격의 모델의 사용자든 - 들이 그 메이커가 주는 배려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그 가격에 맞는 범위의 배려를 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데, 어떤 배려 (침대처럼 누울 수 있는 좌석)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어떤 배려 (줄을 길게 서지 않고도 쉽게 탑승할 수 있는 방법)은 비용이 거의, 또는 전혀 들지 않습니다. 또 이코노미석의 넓이를 더 넓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더 넓게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적인 해결도 가능할 겁니다. 이코노미석의 승객들이 항공사 측에서의 배려를  충분히 느끼면 10퍼센트의 승객이 아니라 100퍼센트의 승객이 럭셔리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집니다. 제대로 된 메이커라면 가장 비싼 모델을 타는 사람이든 아니면 가장 작고 가격이 낮은 모델을 타는 사람이든 각각 배려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비싼 모델을 고급스럽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재료를 사용하기 어려운 가격이 낮은 모델에서 고급감을, 배려받는 기분을 받게 하는 건 비싼 능력이 있는 디자이너들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Autobianchi Y10

1985년 생산된 이태리의 Autobianchi Y10은 소형차입니다. 소형차인 GM Spark보다도 약 30cm가량 짧으니 아주 소형차지요. 원래는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들인 Pininfarina와 Giugiaro 에 의뢰되었었지만, 결국에는 FIAT Style Centre의 디자인으로 결정된 에피소드도 있는 차입니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2-박스 비례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디자인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혀 군더더기가 없는 디자인에 당시에는 흔한 방법인 고무 프레임을 대신 실리콘 수지로 윈드실드를 직접 붙이는 혁신적인 공법을 사용합니다. 또 당시에 널리 사용되던 빗물받이도 없애버렸습니다. 덕분에 절제미가 아주 뛰어나고 싸구려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디자인의 키워드도 일반적인 소형차 답지 않게 "Select and Elite"입니다. 고급차의 디자인에나 적용할 키워드지요. 재미있는 것은 독특하게도 수직에 가까운 테일 게이트의 색상은 차체의 색상과 상관없이 무광택의 블랙입니다. 담당 디자이너에 따르면 역설적이게도 짧은 차체가 짧아 보이지 않도록 하려고 그렇게 했다는 겁니다. 마치 테일 게이트가 사라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지도록 했다는 거지요. 이러한 시각적인 고급감 외에도 기술적인 면에서도 탁월합니다. 1990년대 초기에 가장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한 자동차인 AUDI 100의 공기저항 계수가 CD 0.30이였는데, Y10의 저항계수는 CD 0.31이니 놀랍습니다.


이 고급감을 살리는 디자인의 효과는 놀랍습니다. 발표된지 얼마 안 되어 소형차로서는 드물게 사용자의 스테이터스 심벌로 불릴 정도의 인기몰이를 합니다. 뿐만 아니라 Martini, Fila 등 트렌디한 고급감을 가진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 스페셜 버전을 출시합니다. 1985년 출시 후 총 850,000대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워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이 성공적인 결과는 진정한 의미의 고급감 디자인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좀 길어지기는 했지만 고급감을 느끼게 하는 기본은 배려를 느끼게 하는 것이고, 디자인의 본질은 배려입니다. 도요타가 디자인 책임자에게 렉서스 브랜드의 런치를 지휘하도록 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일이었고 소형차 Autobianchi Y10의 성공은 마주 멋진 일입니다.


미시간주 북촌에서 최수신

Sooshin Choi, Northville, Michig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