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수신 Jan 03. 2019

커리어 디자인

취직, 그 이상을 위하여

Do not chase jobs. Build your career, instead.


지금 한국은 취직과의 전쟁 중이다. 여기에는 줄어드는 정규직과 늘어나는 비정규직, 학력의 인플레이션, 도와주지 않는 정부 등 여러 가지 외부적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내부적 이유, 바로 나 자신이다.


서점마다 자기 계발 지침서, 취업과 인터뷰 준비를 위한 책들이 넘쳐나지만 과연 이러한 책들을 열심히 읽고 준비한다고 취직이 되는가. 대부분 내용이 대동소이하고, 또 이런 내용들을 읽고 비슷한 준비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변을 보면 능력도 있고 잠재력도 많은 사람들이 취직을 하지 못해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 인재들이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은 기업에게도 더 나아가서 사회에도 큰 손실이다. 




수년 전부터 좋은 디자인이란 로직, 매직, 뮤직으로서의 디자인이라는 요지의 강의를 여러 나라에서 해 오고 있다. 이는 디자인의 본질은 합리적인 기능을 가진 (로직), 기대하지 않았던 기쁨을 주는 (매직), 그리고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뮤직)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요지를 기억하기 쉽도록 ‘직’ 자로 끝나는 운율을 맞추어 설명한 것이었다. 


전에 한국에 있는 기자와 식사를 하는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 말씀이, 그 세 가지도 중요하지만 현재 한국의 디자인 학생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취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 한마디에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본질 보다도 취직을 먼저 걱정해야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보다는 성적 걱정, 학교 걱정, 취직 걱정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운이 좋아 취직이 되더라도 보다 능력 있는 개인이 되기보다는 그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조직원으로 남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게 된다. 즉, 거의 평생을 능동적인 계획보다는 피동적인 걱정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이다. 


직장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도 원하는 직장에서 선택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즉 피동적 고민 만을 하게 된다. 원하던 직장에 취직을 한 후에도 이러한 피동적인 자세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렇게 원해서 얻은 직장 생활이 즐거울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렇게 본다면 직장을 얻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은 그전부터, 또 그 이후에도 겪게 되는 고민과 어려움의 한 단면일 뿐이다.



예전, 기아자동차에 다닐 때 일이다.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토익 시험에서 상위 3%의 성적을 거둔 직원들을 회사가 영어 학원에 등록시켜 주어서 3개월 동안 다녔던 적이 있었다. 내가 다니던 클래스는 거의 모든 수강생이 같은 회사의 직원들이었는데, 하루는 미국인 강사가 자신들이 꿈꾸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나는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손을 들었는데, 주변을 보니 손을 든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었다. 대부분 엔지니어들인 동료들은 좋은 학교에서 공부도 했고, 직장에서도 역할을 잘 하고 있었지만, 손을 든 사람은 없었다. 만일 이 사람들이 자신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피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하고 선택했다면 더 즐겁고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기에 쓸 내용에 대한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글로 옮기기에는 상당히 망설여야 했다. 내가 모든 환경에서의 취직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섣부른 이야기로 멀쩡한 사람들을 엉뚱한 길을 쳐다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업에 대한 책은 이미 차고 넘치니, 거기다가 한 권 더 얹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럼에도 망설임 끝에 쓰기 시작한 이유는 지금처럼 ‘생각의 선택’의 폭이 좁은 때에 사람들이 취직의 길을 나서기 전에 뭔가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싶은 이유도 있고, 또 요즈음 소위 4차 산업혁명 때문에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진 시점에 그 부분에 대한 시각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취직을 원하니까 취직이 되지 않는다”였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단순히 취직을 위한 가이드 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커리어를 만드는 방법으로서의 취직을 하는 방법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작게는 원하는 직장을 얻는 방법, 그리고 크게는 원하는 인생을 사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최수신


글 순서

책 열기- 커리어 디자인 
취직, 꼭 해야 하는가  
왜 취직이 되지 않는가 
좋은 직장과 나쁜 직장 
좋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지금도 진리 
내가 원하는 직장과 직장이 원하는 나 
One-of-them 과 one-of-a-kind 
눈 앞의 목표와 본질적인 골 
포트폴리오 
스펙의 힘? 
두려움의 힘 
디자인의 원리가 취업에도 그대로 
게임을 바꿔야 승산이 있다 
인터뷰 – 결전의 장소와 순간 
취직 그 이후
글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