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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신 Jan 08. 2019

직업과 직장

직장과 직업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직장과 직업은 종종 그 차이를 혼동하기 쉽다. 간단히 말해서 직업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고, 직장은 이러한 일을 하게 되는 곳 또는 조직이다.


하나의 직장에서도 다양한 직업이 있다. 예를 들어, 직장이 시카고 레드 삭스라면 직업은 야구선수, 감독, 코치, 팀 닥터, 매니저 등등으로 다양하다. 그 보다 더 복잡한 대기업이라면 수많은 다양한 직업이 한 직장에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는 직업보다도 직장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 일이지만, 이름을 대면 알만한 기업에 다니면 장가를 가기 수월했다. 상대방의 부모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OO산업에 다닌다고 하면 연봉 정도에는 관심을 가져도,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또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은 굳이 상세하게 물어보지 않는다. 그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보다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까닭이다. 


진학을 할 때도 학과나 전공보다 학교를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어느 대학에 다니는지가 그 대학에서 어떤 전공인지 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하지만 명문 대학이라고 모든 학과가 다 우수한 것도 아니고, 명문 대학이 아닌 곳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는 학과와 교수가 있으므로, 학교의 선택 이전에 전공의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학생들이 진학을 할 때는 내신, 수능 고사 등의 성적을 받고 나서 그 점수로 갈 수 있는 학교를 정한 후 그 대학 내에서 갈 수 있는 학과를 정하는 것이다.이러다 보니 흥미도 없고 적성도 맞지 않지만 인지도가 높은 학교를 다는 경우가 많다. 이와 유사하게 취직을 할 때도 회사를 정한 후에 그 회사 안에서 어떤 일, 즉 직업을 택할 것인지 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대학 진학 방법이 상당히 다르다. 미국의 방식이 한국의 그것보다 더 낫다고 이야기할 의도는 없지만, 그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전공하고 싶은 분야를 가르치는 대학들의 리스트를 만든 후, 그중에서 지원하고 싶은 대학을 골라서 가능한 한 다 방문해 보고, 그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들도 만나보고 나서 원하는 대학에 지원한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처럼 수도권, 대도시 중심이 아니라, 원하는 전공분야에서 그 대학의 랭킹이 높으면 그 대학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라도 지원한다. 사실, 미국의 많은 명문 대학교는 ‘이런 곳에 대학이?”하는 의문이 들만한 곳에 있다. 


신시내티 대학교 디자인 학과의 수업 장면


직업 -> 직장이 아니라, 직장 -> 직업의 비중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는 일에 학교 생활을 하고 직장을 다니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이렇게 되면 신이 나게 일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자신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본인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도 어려운 상태로 평생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을 찾기 전에 좋은 직업을 미리 정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대학에 진학하기 한참 전, 중고등 학교 시절에 자신이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그려보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미래의 커리어를 어릴 때부터 알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적성 검사 등을 통해 대략의 방향은 알 수 있다. 


개인적인 능력이 중요시되는 직업 – 예를 들면 디자이너, 예술가, 운동선수 - 등이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직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많은 일 – 판매, 교사 등 – 도 있고, 비교적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게 되는 직업 –연구원,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래머 –도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직종도 있고, 그 보다는 같은 일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일도 있다. 말을 많이 하거나 글을 많이 쓰게 되는 직종 – 아나운서, 작가, 유튜버 등 – 도 있고, 자료나 글을 많이 읽고 분석해야 하는 일 - 리서쳐, 증권 분석가 등 – 도 있다. 


비슷해 보이는 직업들끼리도 상당히 다른 경우가 있다. 택시 운전과 화물차 운전은 자동차를 조작하고 목적지까지 운전을 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화물차 운전에 비해 택시 운전은 많은 또 다양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즐겁지 않은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비슷한 관점에서 같은 세일즈라도 온라인과 매장에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오프라인 세일즈는 전혀 다르다. 또 같은 온라인 판매라도, 인터넷을 통한 판매와 전화를 사용하는 판매는 상당히 다르다. 디자인도 맡겨진 일을 혼자 진행하는 방식이 적합한 디자인 작업이 있는가 하면 여러 사람과 팀 웍을 통해서 작업을 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한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


직업에 따라 더 중요시하게 여겨지는 직장이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 회사에 있는 수많은 종류의 엔지니어들 가운데에서 주로 엔진, 차체, 동력장치 등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이 오디오 같은 자동차의 주요 부품이 아닌 것을 다루는 엔지니어들보다 더 대우받았다.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때는 오디오 엔지니어가 자동차 회사보다는 오디오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인정받는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된다. 


자동차의 성능이 대동소이해지고 또 사람들의 관심이 엔진의 출력보다 편리한 사용성으로 옮겨가게 됨에 따라 사용자 인터페이스 같은 소프트 한 부문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이 과거보다 더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프로그래머들이 꼭 전자 회사나 컴퓨터 계열 회사에서만 일해야 할 이유가 없다.



어플리케이션


1. 직장을 구하기 전에 내게 맞는 일과 직업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2. 내가 원하는 직장이나 직업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지, 아니면 막연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3.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직장이 나의 전공, 취미, 적성 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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