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수신 Jan 09. 2019

좋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

좋아 보이는 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일에는 귀천이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인 '갑을 관계'도 결국 이 진리를 무시한 것에서 온 것이다. 작은 일과 하찮은 일이란 각각 다른 것이고, 또 큰 일이라고 해서 다 대단한 일도 아니다. 따라서 작은 일을 하는 사람을 '을'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며, 또 그러한 작은 일을 하는 사람도 스스로를 하찮게 보아서도 안될 일이다. 


하지만 직업에는 좋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직업과 직장을 찾기 전에 이런 것들에 대해서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직장은 쉽게 바꿀 수 있어도, 직업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따라서 직장을 얻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직업의 선택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


장래성이 있고,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며,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지속적이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은 일반적으로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다 더해서 내가 계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고, 나의 성장을 느낄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무리 일반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장이라고 해도 그 직장에서의 일이 반드시 좋은 직업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직장뿐만 아니라 하게 되는 일, 즉 직업을 확실이 알아야 후회하지 않는다.


내게 좋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


일반적으로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꼭 나한테도 좋은 직업이 아닐 수도 있다. 소위 나와 궁합이 맞는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창의적인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런 일을 잘할 수 있으면 창의적인 일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직업이 내게 좋은 직업이다. 내가 같은 일을 꾸준하게 하는 것을 잘하면 그런 것이 내게 맞는 직업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즐기고 또 잘하면 그런 일이 내 직업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고 즐기더라도 내가 잘할 수 없는 일이라면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없다. 늘 자신의 부족함만 더 드러나고, 힘에 부치고, 결과적으로 보람도 느낄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좋은 직업보다 “내게 좋은 직업", 즉 객관적으로 좋은 직업보다 주관적인 관점에서 좋은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다음 글-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지금도 진리 – 에서 조금 더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좋을 직업과 사라질 직업


최근 기술의 진보를 통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래에는 없어질 수도 있는 직종들이 종종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기사들은 앞으로 직업을 구할 사람들, 그리고 학교의 전공을 정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관련된 학과에서는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이미 어려워지고 있다. 미래에 사라질 것이 확실한 직업을 굳이 얻으려고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런 미래 예측 기사를 글자대로 보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여러 가지 매체들이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직업의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들 리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종종 등장한다. 계산원, 신문 배달원, 여행사, 택시 운전사, 택시 배차원, 기자, 텔레마케터, 조립 생산직, 경기 심판, 패스트푸드 식당 직원, 우편배달원, 검침원, 전화 교환원, 데이터 입력, 타이피스트, 문서 정리 담당자 등. 이들 어떤 직종은 이미 쇠퇴가 분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리스트에는 심지어 그래픽 디자이너나 컴퓨터 프로그래머, 화가 등과 같은 창조적인 직업들도 포함되어 있다. 



AI, 로봇 등에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직종들의 공통점은 기계적인 작업을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기계적인 작업에는 육체적인 일뿐만 아니라 소위 머리를 써야 하는 작업들도 포함된다. 기계나 전자제품의 조립에 로봇이 투입된 것은 한참 된 일이고, 각 팀, 각 선수에 대한 여러 가지 통계를 종합해서 야구 경기 기사를 쓰는 일이나,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서 증권 기사를 작성하는 일에도 로봇이 사람을 능가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이 두 가지 사례의 특징은 기계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원래 어떤 일을 하는 데에는 그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와 도구들보다 사람들이 우월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다못해 못을 박고 나무를 자르는 기계적인 일에는 망치와 톱이 당연히 사람보다 우월하다. 이보다 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계산에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계산기가 사람보다 하늘과 땅의 차이처럼 월등하다. 


이런 일들을 도구나 기계들이 더 잘한다고 해서 인간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우리들이 자괴감에 빠지지도 않는다. 망치, 톱, 계산기 등이 이러한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사람이고, 또 이러한 도구들을 적재적소에서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며, 무엇보다 이러한 도구들을 만든 것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데, 여기에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이 취약한 부분을 돕도록 만들어지던 도구가 사람을, 그리고 사람의 두뇌까지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대체될 수 있는 직업은 미래에도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매체들이 앞으로는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는 모든 직종이 정말로 사라질 것인가? 그건 그렇지 않다. 기계적인, 바꾸어 말해서 원래부터 인간이 하지 않아도 않았어도 되었을, 그런 일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기자를 예로 들어 보자. 다른 매체의 기사를 옮겨 적거나 번역을 하던 기자들은 물론, 과거와 현재의 각종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서 글을 쓰던 기자들의 역할은 빠른 속도로 대체될 것이다. 반면 정보의 근원을 직접 취재하고 조사해서 기사를 작성하던 탐사보도를 하는 기자의 역할은 대체되기는커녕, 더욱더 중요시될 것이다. 


퍼스널 컴퓨터와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소프트웨어들이 개발되면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이미 많이 바뀌어 온 그래픽 디자인도 비슷하다. 이미 온라인 상으로 몇 가지의 정보만 입력하면 멋지고 꽤 쓸만한 로고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서비스도 생겼다. 즉, 몇 가지 요소를 종합해서 최적의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예를 들면 몇 가지 조건을 주고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 종합한 후 이를 시각화하는 것 같은 기계적인 그래픽 디자인 작업은 쉽게 대체될 수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의도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작업 같은 것은 쉽게 대체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직업 리스트에 있는 모든 직업이 모두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일들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즉, 본질에 가까운 일을 하면 할 수록 더욱 촉망받는 직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직업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를 재 해석하는 것과, 이러한 본질이 나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미래의 나에게 좋은 직업을 선택하는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기자 (단어의 뜻은 적는 사람, 또는 기록하는 사람이지만)의 본질은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해석한다면 (영어 명칭인 리포터가 이 역할에 더 가깝다) 사람들이 잘 알기 어려운 것을 알아내는 능력, 즉 취재력이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과연 취재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내가 가진 호기심, 탐구심,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안과 현재 내 눈 앞에 있는 것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 등등이 있다면 기자라는 직업이 나의 미래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글 – 왜 취직이 되지 않는가 – 에서 언급한 얼라인먼트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


1. 내가 원하는 직업이 내가 가치를 두는 것과 일치하는지 생각해 보자.

2.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앞으로도 가치가 있을 일일지 생각해 보자.

3. 내가 즐기는 일과 내가 잘하는 일이 어떤 것들인지 적어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