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어떻게 어필하는게 좋은지에 대한 생각에 모든 시간을 쏟는다.
자기소개서에 자기 이야기, 포트폴리오에도 자기 작품과 실력, 또 인터뷰 때에도 자기 이야기. 이런 식이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또 어떻게 표현해서라도 그 직장에서 보기에 내가 가장 우수한 인재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는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것이야 말로 실패의 지름길이다.
이러한 일들은 내가 원하는 직장이 가장 우수한 사람을 뽑고 싶어 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모든 회사들이 가장 우수한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쪽에서는 가장 우수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가장 우수한 사람’과 ‘가장 필요한 사람’은 다르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직장이 어떠한 사람을 원하는지는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제는 과연 어떠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약 10년 전 신시내티 대학교에 실력이 뛰어난 산업디자인 학과 학생이 있었다. 디자인 프로세스의 여러 단계인 디자인 리서치, 스케치, 컴퓨터 모델링, 프레젠테이션까지 못하는 게 없었다. 게다가 여러 나라에서 살았던 경험 때문에 영어는 물론, 중국어 불어까지도 유창할 뿐만 아니라 리더십도 있었다. 또한 여러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입상한, 그야말로 어느 회사라도 탐 낼만한 사람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기업에서 취업을 제안받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 사에서 일을 하고 싶어 했던 이 학생은 애플 사에 지원하기 위해 아주 멋진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애플 사에 보내기 전에 내게도 한 권을 보내주었다. 이 포트폴리오에는 그동안 공모전 등을 위해서 디자인한 것들이 아주 잘 담겨있었는데, 거의 것들이 마치 애플에서 디자인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애플 스타일”이었다.
이 학생이 애플사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나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그 학생의 디자인 스타일이 애플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고, 이미 그러한 디자인들을 많이 만들어 오고 있는 애플의 디자인 팀 입장에서는 비슷한 디자인을 할 또 하나의 디자이너는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걱정이었다.
그는 원하던 대로 애플에 지원을 했고, 재능이 있는 디자이너인 만큼 그 회사에 취직을 하기는 했지만, 원하던 디자인 팀에 배치되지는 않았다. 결국 몇 년 후 미국의 다른 대기업의 디자인 팀으로 옮겨서 지금도 훌륭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이 학생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이기는 하지만 애플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지원을 하기 전에 그 회사의 내가 원하는 팀이나 부서에서 어떠한 사람을 필요하는 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야구 선수의 경우를 이야기 해 보자. 내가 유능한 피처라면 내가 원하는 팀에 이미 성적이 좋은 피처가 여럿 있다면 더 이상 피처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내가 선망하던 팀이라도 그 팀이 원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투수진이 약해서 늘 고생하는 팀이라면 나 같은 피처를 원할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주력인 회사가 하드웨어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하드웨어에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를 필요로 할 것이다. 객실업이 주 종목이던 큰 호텔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로 확장할 계획이 있다면 이벤트나 컨벤션을 기획하고 운영해 본 실적이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구인 광고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구체적으로 명시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사용해서 그 회사, 그 조직, 그 팀이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최선이다. 그 회사의 가장 큰 고민이 어떤 부문인지를 아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그리고 면접에서 내가 그 회사의 필요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필요에 최적인 사람으로서의 나를 글과 말로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미 그 회사에 취직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원하는 직장에서 원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면 그 직장과 나 모두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어플리케이션
1. 내가 관심이 있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적어보자.
2. 그 조직의 스타일에 맞는 사람을 원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올 사람을 찾는지도 생각해 보자.
3. 그 회사에 대한 피상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