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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신 Jan 15. 2019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작품집이 아니다

예술 분야에서 포트폴리오는 작품집이라는 뜻으로 널리 이해되지만, 적어도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작품집이 아니다. 포트폴리오는 나를 보여주는 도구이고, 따라서 예술가나 디자이너한테만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포트폴리오가 요구되지 않는 직업인 경우에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만들어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는 나의 디자인 기술과 결과만 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담는 것이다. ‘시각적 자기소개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영화 빅 Big (1988년)에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던 소년 조쉬는 유원지에서 소원들 들어주는 이상한 오락기를 만나서 갑자기 어른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장난감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 몸은 어른이지만 사실은 아이인 주인공은 디자이너들이 아이들의 취향을 모르면서 디자인한 장난감들을 반대하고,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할 장난감의 아이디어를 내고, 그 덕분에 그 회사의 중역이 된다.



이 스토리가 주는 교훈은 간결하고 명확하다. 아이들의 마음을 가지지 않고 실력으로만 디자인하는 장난감은 소용없다는 것. 영화에서 등장한 디자이너는 제품으로서의 장난감을 디자인하는 기술은 충분했지만 정작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 아이들의 시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장난감을 개발하는 디자이너나 엔지니어, 기획자가 되려면 디자인, 엔지니어링 기술, 그리고 기획력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가지는 것, 아니면 최소한 그러한 마음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실 이것은 능력이기 이전에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양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들을 포트폴리오에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 가지, 나한테 있어서 내 포트폴리오는 유일하지만, 내가 지원할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많은 포트폴리오중의 하나일 뿐이다. 대도시 고층 빌딩에서 창문 아래로 보이는 수많은 자동차 중의 한 대일뿐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내가 한국의 기업에서 디자이너 한 명을 채용하는데 1,050명 이상의 지원자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 자격이 갖추어진 지원자가 약 800여 명이었으니 800개 정도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려면 여간한 인내력과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게 아니다. 이런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내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꼼꼼하게 읽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나이브한 생각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지원자의 실력이 대동소이하다고 전제하면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내 포트폴리오의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남다르게 만드는 것은 내가 수많은 자동차 중의 하나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원하는 자동차라는 것을 부각하는데 도움을 준다 (One-of-them이 아니라 one-of-a-kind 참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첫 단계: 내 포트폴리오의 테마를 정한다. 이 테마는 포트폴리오를 열기 전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전체를 감쌀 수 있도록 한다.마지막 페이지를 닫은 후에도 기억이 남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테마가 나의 전문가로서의 관심, 내가 지원할 회사의 관심, 그리고 나의 커리어로서의 관심을 대표하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하듯이,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수많은 회사에 마치 스팸 메일처럼 “뿌리는” 것은 정말로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스팸이 도달하는 곳은 책상이 아니라 휴지통이다.


포트폴리오를 열면 바로 ‘나’를 만나도록 만든다. 내 포트폴리오를 친절하고도 재미있게 설명해 줄 가이드이자 주연 배우로서의 나를 보여준다. 이 내용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하는 것이 성패를 가름한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내가 만든 결과물들은 열심히 보여주면서 내가 누구인지를 인상깊게 보여주지 않으면 마치 TV광고를 보고 모델은 기억하지만 정작 무슨 광고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과 다를 것 없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지,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내 전문 분야의 일을 할 때에는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 등을 보여준다. 이 내용을 지루하지 않고 간결하게, 가능하면 시각적이되 난삽하지 않게, 지나친 ‘화장’이나 MSG가 들어가지 않게, 흥미로우면서도 장난스럽지 않도록 표현한다. 이때 만드는 나의 인상이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기억나도록 되면 포트폴리오의 입구로서 성공적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지금도 진리 참조)


포트폴리오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담을 때에는 각 프로젝트의 배경, 프로젝트를 한 시점과 환경, 디자인 브리프, 제약 조건, 아이디어 전개 과정, 아이디어들의 평가 방법 및 결과, 완성된 결과물 등을 체계적으로 담는다.


스케치를 보여주는 경우, 너무 적은 양을 보여주는 것도 실력을 의심하게 하지만, 많은 양을 보여준다고 페이지를 꽉 채우는 것도 마치 숙제 검사를 받는 듯한 태도일 뿐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생각을 하는지, 아이디어 발상이 각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결론을 만들어 내는지 이러한 것들을 보여주지 못하면 절대 다음 장을 열어보지 않는다.


그룹 작업인 경우는 그룹 원들을 반드시 명시하고, 자신의 역할과 기여한 부분을 밝힌다. 학교 과제였던 경우, 지도 교수가 있었다면 이 내용도 적는다.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마치 설명하듯이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각 프로젝트 마지막에는 초기의 의도에 근거해 결과의 내용을 설명하고, 학교 과제의 경우는 습득한 내용을, 프로페셔널 과제인 경우는 클라이언트로부터의 코멘트를 포함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만들려면 내용의 모든 부분을 시각적이 완벽하게 전달되도록 폰트부터 그래픽, 레이아웃, 색상, 그리도 모든 디테일까지 잘 매니지 해야 한다. 이 부분은 신시내티대학교 산업디자인 학과 2012년도 졸업생들이 만든 포트폴리오 가이드 북 Hire Me?!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포트폴리오 가이드 북 Hire Me?! 무료 다운로드
http://www.portfoliohandbook.com/PortfolioHandbook_UCID12.pdf


어플리케이션


1. 포트폴리오를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쉽게 손 닿는 공책에 대략의 내용을 적어나가 보자. 맨 처음에는 자기 소개, 주요한 이력 사항등을 담은 페이지, 그 다음에는 최근에 한 작업물이나 프로젝트 중 소개할 만한 일의 내용 등을 잘 정리한 페이지..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본다. 워드 등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도 좋지만, 손으로 직접 써보고 그려보면 더 실감이 난다. 

2,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의 명언이나 어록이 있다면 적어보자. 내 포트폴리오에 맨 앞이나 마지막에 삽입해도 좋다.

3. 포트폴리오에 소개하는 작업이나 프로젝트에는 반드시 그 작업에서 성취한 내용, 계획되지 않았던 내용, 다음번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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