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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신 Jan 23. 2019

눈 앞의 목표와 본질적 목표

축구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공을 한 번이라도 더 차려고 공이 가는대로 몰려다닌다. 프로 선수들은 공을 차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골을 넣어서 이기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경기의 흐름을 보고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추어는 눈 앞의 공에만, 프로는 저 멀리 있는 골을 향해 가는 과정으로서의 눈앞의 공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사람들은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한다. 대학을 가려는 사람들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결혼하려는 사람들은 결혼하는 것을,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은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열심히 운전 학원을 다니고, 대학 입시 준비를 하고, 결혼, 취직 준비를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엉망으로 하고,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고,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또 직장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목표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실패를 하게 될까.


눈 앞의 목표와 본질적인 목표를 제대로 구별하여 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제대로 정하기만 하면 운전을 엉터리로 하고, 대학 생활, 결혼 생활, 직장 생활에서 실패하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예전, 훈련소에서 소총 사격을 배울 때의 일이다. 총신이 짤막한 권총은 사정거리도 짧고 정확도도 낮지만, 길이가 긴 소총은 사정거리도 훨씬 길기도 하고 또 가늠자와 가늠쇠가 있기 때문에 권총보다 훨씬 명중률이 높다. 하지만 소총을 사용하여 과녁을 제대로 맞히려면 눈, 가늠자, 가늠쇠, 그리고 과녁 네 가지를 일직선으로 정렬해야 한다.


눈에 가장 가까운 가늠자를 통해서 가늠쇠, 그리고 과녁 까지를 하나의 시점으로 보고 있어야 제대로 맞출 수가 있다는 말이다.


눈을 가늠자와 최대한 가깝게 해서 시선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하게 들리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수년 전 한 대통령이 일선 방문 때 찍은 사진 한 장이 우스개 거리가 된 적이 있다. 눈을 가늠자에 가깝게 하기 위하려면 광대뼈를 개머리판의 가능한 한 앞쪽에 밀착시켜야 하는데, 사격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그가 개머리판 맨 끄트머리에 대고 눈은 질끈 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과녁이 보일 리도 없고, 사격을 할 때의 반동으로 광대뼈에 골절상을 입기 십상이다. 우연의 일치로 생각되지만, 평생 성공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던 그가 마지막에는 영어의 몸이 된 것을 보면 조준선 정렬을 배우지 못한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다음 단계는 가늠자 한가운데 있는 구멍을 통해서 소총 끝에 달린 수직의 가늠쇠가 보이도록 하되, 구멍의 한가운데에 놓이도록 한다. 이렇게 눈, 가늠자, 가늠쇠 세 가지를 일직선 상에 놓으면, 즉 조준선 정렬이 이루어지면 과녁을 맞히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정렬이 아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실제 과녁에서는 큰 오차로 빗나가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조준선 정렬이 된 상태로 과녁의 한가운데를 겨냥하는 것이다. 과녁에 집중하다 보면 조준선 정렬이 흐트러지기 쉽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취직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소총 사격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원하는 커리어를 만드는 것과녁을 명중시키는 것에는 흥미로운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은 나의 관점, 눈에 가까이 위치하는 가늠자는 가까운 목표, 소총의 끝에  달려있는 가늠쇠는 먼 목표, 그리고 과녁은 기대하는 결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운전의 경우, 첫 번째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가늠자는 면허를 따는 것, 두 번째 목표가 되는 가늠쇠는 운전을 멋지게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최종 목표인 과녁은 운전을 잘해서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자.


운전 학원은 면허를 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기 때문에 각종 코스를 벗어나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T자형 코스는 핸들을 왼쪽으로 몇 번, 오른쪽으로 몇 번 돌리면 통과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런 것들은 가까운 목표인 면허를 따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요령”이지만, 더 중요한 목표인 운전을 멋지게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과 멋진 운전으로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은 그런 요령만으로는 부족하다.


면허를 따는 데에는 운전 기술이 필요하고, 운전을 멋지게 하려면 매너를 익혀야 하고, 더 나은 삶을 살려면 운전자로서의 사회의식까지 필요하다. 면허를 따는 것만이 목적인 사람에게는 기술과 요령을 열심히 익혀도 쉽지 않겠지만, 기술과 매너와 사회 의식을 갖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면허를 따는 일 정도는 쉬운 일일 것이다.


취직의 경우, 첫 번째 목표는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그 직업에서 성장하는 것, 그리고 최종 목표는 그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총 사격보다 조금 더 단순한 비유로 길을 걸어가는 상황을 들 수 있다. 내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하는 것 (먼 목표)과 내 발 앞에 땅을 제대로 딛는 것 (가까운 목표), 두 가지가 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를 잊어버리면 방황하게 되고, 내 발 앞을 제대로 못 디디면 넘어지게 된다. 또 발 앞에만 집중하느라고 땅을 보고 걸으면 벽에 부딪히거나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


카메라의 줌 렌즈는 먼 곳에 초점을 맞추면 가까운 것이 흐리게 보이고, 가까운 곳을 보면 먼 곳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의 눈은 가늠자, 가늠쇠, 그리고 멀리 있는 과녁 모두를 선명하게 보려고 노력을 하면 그렇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운전이든 취직이든 가까운 목표에 집중할 때에는 그다음과 마지막의 목표를 염두에 두고, 마지막의 목표를 생각할 때에는 당장 눈앞의 목표를 의식한다면 면허를 따고 취직을 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성공적인 커리어를 길을 잃지 않고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어플리케이션


1. 사격을 해 본 것이 없다면, 또는 경험이 있더라도 최근에 간 기억이 없다면 사격장에 가서 라이플 사격을 해 보자. 사격할 때 조준선 정렬과 정조준의 단계를 의식적으로 나누어서 사격해 보자. 

2. 내가 커리어의 완성단계에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인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3.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그 가까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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