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과정에는 여러가지 원리가 응용된다. 대상과 주제에 따라서 적합한 원리들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유니버설 하게 적용되는 것 세 가지를 든다면 MAYA, KISS 그리고 MISS가 있다. 디자인에 사용되는 이러한 원리들이 더 나은 커리어를 만드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자.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MAYA는 미국 산업 디자인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레이몬드 로위 Raymond Lowey가 탁월한 디자인이 가져야 하는 속성으로 제시한 것으로서,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즉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디자인들에 비해 뛰어난 제품을 만들려면 다른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상상을 하고, 현재의 기술로 만들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기능을 추구하고, 유행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훨씬 앞서가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이것이 most advanced design이다.
하지만 아무리 앞서가는 디자인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사용하지 않으면 가치 없는 제품일 뿐이다. 따라서 위에서 생각한 가장 진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디자인으로 완성해야 한다. 이것이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디자인이다.
만일 이 순서를 바꿔서 acceptable 한 디자인만 하려고 하면 다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디자인 말고는 할 게 없다. 우리의 커리어도 마찬가지이다. 하기 쉽고 당장 돈이 되는 일만 하다가 보면 자신을 발전시키고 또 지금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큰 일을 하는 것은 기대도 할 수 없다.
당장은 하기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는 저 먼 거리에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즉Most advanced 한 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그런 이후에 내가 큰 걸음으로 닿을 수 있는 만큼을 걸어 나가면서 내가 어디까지 걸어갈 수 있는지를 늘 테스트해 본다. 이러한 노력이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한 나의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Keep It Simple Stupid
KISS는 Keep It Simple Stupid의 약자로, “심플하게 해, 이 바보야”라는 의미이다. 전투기의 엔진을 설계하는 팀을 리드하던 미국의 항공기 엔지니어인 Kelly Johnson이 특수한 공구가 없어도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엔진을 만들라는 뜻이었다고 전해진다. 굳이 stupid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아마도 엔지니어들이 필드에서의 현실감은 무시한 채 뭔가 특별한 엔진을 만들려고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노력하는 모습이 바보 같아 보였었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된다.
이 말은 곧 많은 설계 분야에서 유행하게 되었고, 디자인 분야에서도 Mies van de Rohe의 Less is More와 더불어 자주 들을 수 있는 인용구가 되었다.
동양 철학의 주춧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공자도 生活是很简单, 但是我们坚持做很复杂(영어로는 Life is really simple, but we insist on making it complicated), 즉 “삶이란 원래 단순한 것인데, 우리들이 복잡하게 만든다”라고 설파하였다. 공자가 살았던 기원전 5세기에 비하면 오늘날의 세상이 훨씬 더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그 반대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러한 복잡함을 명료함으로 바꾸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는 아직 어린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듣고 공연을 관람한 왕이 모차르트를 칭찬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그의 측근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모차르트의 음악에 음표가 너무 많다고 지적을 하고, 모차르트가 그럼 어떤 음표를 빼라는 것이냐 라고 반문하자 왕은 바로 말문이 막혀버린다.
많은 작곡가의 음악에 비해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많은 음표가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하나의 음표만 빼도 안될 정도로 완벽하게 구성이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많은 음표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명료한 테마가 있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들도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쉽게 알아듣는다. 이것이 복잡함을 명료함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이것을 우리의 삶과 커리어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 나의 삶과 일, 그리고 주변의 것들에서 초래되는 복잡함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 – 하는 것들, 즉 나와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을 늘 생각한다면 마치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쇳가루들이 자석이 지나가면 질서 정연하게 모아지듯이 명료하게 될 것이다.
디자인이나 설계를 할 때뿐만 아니라, 진학을, 취직을, 창업을 위한 많은 결정을 해야 할 때 자주 중얼거리자. "Keep It Simple Stupid."
Make It Sell Stupid
MISS, 즉 Make It Sell Stupid는 출처가 불분명하다. Keep It Simple Stupid에서 파생되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말은 무엇을 디자인하든지 팔릴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이다. 수많은 제품들이 햇빛도 보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을 생각해 보면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은 당연하게 들린다.
물건을 많이 파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방법들과 직장을 구하고 또 커리어를 만드는 것과 많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다.
경쟁력이 별로 없는 것들을 팔아야 할 때는 주로 이런 방법들이 쓰인다. 홍보를 많이 하거나, 내용을 과장하거나, 싸게 팔거나, 할인을 해 주거나, 끼워 팔거나, 호객 행위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것을 팔 때 끼워주거나. 이렇게 해서 파는 경우는 판 사람이나 산 사람이 결코 만족할 수가 없다. 판 사람은 별로 남는 것이 없거나 밑지고 팔게 되기 때문이고, 산 사람도 오랫동안 그 물건에 만족하기 어렵고 어딘지 모르게 속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MISS의 의미는 이러한 노력을 안 해도 잘 팔릴 수 있는 것을 만들라는 말, 즉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그 제품이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하는지, 왜 사람들이 그러한 가치를 원하는지, 다른 제품들과는 어떠한 차별점이 있는지, 또 그런 가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하는 것들을 잘 알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별로 없다면 바로 이전에 열거한 방법대로 파는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커리어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나는 어떠한 가치를 가져야 하는지, 내가 원하는 직장, 직종에서는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을 원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가진 가치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나만의 가치를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하는 것들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가진 가치가 분명하지 않거나 이렇다 할 차별점이나 경쟁력이 없다면 바로 그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MISS 적인 관점에서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디자인이나 설계 등의 전문 분야에서 활용되는 원리들 가운데 우리의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어플리케이션
1. MAYA: 다들 미쳤다고 할, 내가 봐도 도저히 이룰 수 없어 보일 만큼 큰 꿈을 적어보자. 그 황당하기 까지 한 꿈을 적은 후, 그보다 약간씩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꿈을 또 적어보자.
2. KISS: 내가 하고 싶고 또 원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죽 나열해 보고, 그 중에서 빼도 큰 문제없는 것을은 과감히 지워보자. 아 단계를 몇 번 거치다 보면 나의 본질이 수면 위로 떠 오르게 된다.
3. MISS: 내가 잘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관심이 있는 일 들 가운데 다른 사람들도 그 가치를 인정할 만한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나열해보자. 또 그런 점들이 더 가치있게 되려면 어떤 준비를 더 해야할 지도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