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다. 벌써 이틀이 지났다. 나는 새해에 어디에서 살게 될까? 할 일자리는 구할 수 있을까?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나에게 정해진 집과 일자리는 없다. 이제 다시 구해야 한다. 제주도교육청 사이트에 접속하여 구인란을 살펴보아야 한다. 어제도 찾아보고, 오늘도 찾아보았다. 아직 올라온 것이 없다.
"냉장고가 고장 나서 오늘 냉장고 알아보러 갈 거야."
"네, 당신이 사용할 거니까 잘 알아보고 맘에 드는 걸로 사요."
"집에 안 와? 서울에 언제 올라올 거야?"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냉장고가 고장 났단다. 그래서 냉장고를 사러 간다고 한다.
"때가 되면 가지."
남편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카톡으로 다시 메시지를 남겼다.
수술 후 5년이 되어가지만 집안에서 담배 피우는 습관을 아직 그대로 한다. 서울에 언제 올 거냐고 해마다 물어 왔다. 그때마다 나는 똑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담배를 끊고, 거실에 쌓아 둔 짐을 치우고, 술도 안 마시면 그때 들어가겠다고. 내가 집에 들어가기를 정말 원한다면 그렇게 1년 동안 보여달라고. 이제 나 자신이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 함부로 내 생명을 방치하지 않을 거라고.
폐암 수술 후, 서울집을 나와 광야 생활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벌써 5년이 지났다. 나도 내 집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난 갈 수가 없다.
1월 중순부터 교육청 홈페이지에 기간제 교사를 구하는 공고가 올라올 것이다.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1차 전형, 면접까지 기다려야 한다. 합격이 되면 학교 주변에 월세방을 구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구하지 못하면 다시 포항, 강릉 교육청도 살펴보아야 한다. 나는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아직 갚아야 할 은행 빚이 있다. 일을 할 때 살아낼 힘이 더 생긴다. 나에게 일은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다.
2024년 이제 시작이다. 1년이 지났을 때, 내가 서울집에 들어갈 수 있을까? 들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4년 한 해 이야기를 조심조심 써 내려가려 한다. 모두에게 주어진 2024년이다. 올 한 해 동안 나 자신을 잘 지키는 힘을 키우려 한다. 나 자신을 잘 지킬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하고 인정할 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