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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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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14. 2024

바닷속 맨발 걷기

이호테우해수욕장은 맨발 걷기 하기에 딱 좋다. 해수욕장 끝과 끝을 왕복 3번 걷는데 40분 정도가 걸린다. 서핑을 배우기 전에는 거의 매일 맨발 걷기를 했다.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들어간다. 10개의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삐져나온다. 발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으면 그 모양이 보인다. 부드럽게 몸을 앞으로 밀어준다. 발바닥 전체를 마사지해주는 모래다. 나는 서핑을 하기 위해 바다로 들어갈 때, 걸어서 들어간다. 보드를 밀면서 걷는다. 다른 사람들은 서프보드에 엎드려 패들링을 하면서 이동한다. 걸어서 들어가는 이유는 모래를 밟기 위해서다. 맨발 걷기 할 때, 그 모래를 바닷속에서 밟는다. 걸어 들어가는 이유 중 또 한 가지는 내가 들어가는 곳의 바다 깊이를 알기 위해서다. 바닷속에서 걷는 속도는 물밖에서 걷는 속도와 다르다. 물을 밀면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걷게 된다.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보드를 밀면서 걷기만 했다. 깊지 않은 곳을 찾아 그곳에서 걸었다. 걷다가 심심하면 보드 위에 앉아서 먼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한다. 넓은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서프보드에 오른손을 올리고 의지하여 나아가다 보면 내 키를 누르고 잠길 듯한 깊이까지 걸어가기도 한다. 깊은 곳에서 살살 다시 한 걸음씩 발을 내딛으면 점점 내 몸이 물밖으로 많이 보인다. 바다에 더 많이 들어갔는데 깊다가 얕아진다. 깊은 곳을 지나 얕아진 그곳에서 좀 더 빠르게 걷는다. 허리를 숙이고 바닷속 모래를 만지며 장난도 친다. 조개가 있나 하고 찾아보기도 한다. 모래를 손으로 파헤치며 조개가 손안에 들어오기를 기대한다. 발가락으로도 파헤친다. 그 몸짓만으로도 행복하다. 어린아이가 된 듯 혼자 모래와 장난친다. 

바닷속에서 맨발 걷기를 하게 될 줄이야. 서핑을 배우겠다고 큰 결단을 내렸기에 받은 선물이다. 바다는 이제 내 놀이터가 됐다. 서프보드에 의지하여 걷는 바닷속 맨발 걷기는 바다 놀이터 놀이 중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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