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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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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13. 2024

준비운동

서핑을 하러 들어갈 때 준비운동을 한다. 팔다리 근육을 풀어 주고 혈액 순환을 위해 제자리 뛰기도 한다. 어느 날에는 준비 운동을 소홀히 했다. 바다에 들어가서 서프보드 위에 엎드리자마자 쥐가 났다. 좀 나아지겠지 하며 그냥 버텼다. 오른쪽 종아리가 땅겨지며 뻣뻣해진다. 힘줄이 아프다. 보드에서 내려 바다를 걸었다. 걸으면 좀 나아지려니 하고 기대하면서.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밖으로 나갈까 생각하다가 다시 그냥 보드를 밀면서 걸었다. 쥐가 살짝 풀려서 이제 해보아야지 하고 보드 위에 엎드리니 다시 근육이 땅긴다.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나는 다리에 쥐가 잘 난다. 밤에 자다가도 쥐가 나서 잠을 깨곤 했다. 몇 개월 전까지 일이다. 요즘은 스트레칭을 해서 그런지 밤에 잘 때는 쥐가 나지 않는다. 바다에 들어가서 쥐가 나면 더 긴장된다. 만약 깊은 물속에 있을 때 쥐가 나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니 바닷물에 잠길까 두려워서다. 한 번은 바닷물이 목부분까지 잠기는 곳에서 보드를 타려고 다리를 올리는 순간 쥐가 났다. 뻣뻣한 다리를 어찌하지 못하고 보드만 잡고 서 있어야 했다. 큰 파도가 덮쳤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니까 큰 파도에 묻혔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있자니 겁이 났다. 파도에 떠 밀려 나갈 것만 같았다. 다행히 조금 후에 쥐가 풀렸다. 

 그 이후로 준비운동을 열심히 한다.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다리를 길게 늘여 당겨주기, 팔 굽혀 펴기, 제자리 달리기 등 5분 정도를 한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한 분은 준비운동을 조금밖에 안 하는대도 쥐가 안 난다. 내 몸상태가 희한하게 느껴지시나 보다.  

인생의 준비운동은 무얼까? 새벽에 갖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시작인 새벽을 잘 여는 것이다.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낼지 생각한다. 새벽에 마음을 집중하여 하루를 준비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모습이 좀 다르다. 나는 인생의 준비운동을 하루의 새벽 마음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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