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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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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15. 2024

큰 파도 작은 파도

이호테우해수욕장은 강릉에 있는 해수욕장과는 다르다. 위험할 정도의 큰 파도를 거의 볼 수 없다. 강릉 바다는 큰 파도가 일렁이면 금방이라도 주변에 있는 사람을 삼켜버릴 듯하다. 이호테우해수욕장 양쪽 끝에는 등대가 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섰을 때, 왼쪽에는 작은 등대가 하나, 오른쪽에는 말모양 등대 두 개가 나란히 있다. 파도가 밀려오다가 깨어지게 되는 이유인 듯하다. 그렇다고 큰 파도가 없는 건 아니다. 바다 전체를 다 뒤집는 듯한 거센 파도가 몰아치기도 한다. 그런 파도가 있는 날은 서핑 금지다. 바다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다. 서핑을 할 때, 큰 파도라 함은 안전한 상태의 파도다.

작은 파도는 잔잔하다. 일렁임이 거의 없다. 그날은 서핑을 하기보다는 패들링을 하며 놀거나, 패들 보드를 탄다. 서핑하는 사람들은 작은 파도를 장판이라고 말한다. 파도 물결이 전혀 없는 상태가 판판한 장판처럼 보여서다. 나는 처음 서핑을 배울 때는 장판처럼 작은 파도가 좋았다. 보드가 뒤집힐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개월 정도 배우고 나니 작은 파도는 재미가 없다. 서핑을 조금 할 줄 알게 되니 파도가 주는 스릴을 느낀다. 큰 파도 작은 파도, 느낌은 다르지만 내가 바다와 친해지기까지 도와준 파도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큰 파도 작은 파도 같은 일들을 골고루 겪었다. 작은 일들은 하루에도 몇 가지 일어난다. 작은 일이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큰 실수가 되어 후회하게 된다. 한 가지 예로, 학급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최선을 다하여 반응해야 한다. 작은 반응 하나하나가 쌓여, 학생들이 나를 신뢰하는 큰 결과를 얻게 된다. 학급에서 큰일이 생겨도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다. 물론 큰 파도부터 배우기 시작한 사람은 작은 파도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겠다. 나 같은 경우는 작은 파도부터 익숙해진 후에, 큰 파도를 탔다. 나에겐 작은 파도에서 연습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큰 파도에 도전할 수 있었다.

매일 주어지는 작은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이겨 내는 습관. 그 습관 덕분에 큰일이 생겨도 토닥토닥 스스로 위로하며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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