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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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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16. 2024

대담해지다

서핑을 배우든, 수영을 배우든, 무언가 배우는 목적은 내면을 강하게 하기 위함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나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며칠을 망설이다가 결정한다. 1개월 이상 고민하기도 한다. 그저 일상을 편하게 지내도 되는데 왜 자꾸 복잡하게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직장에 나가 일을 하고, 저녁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주말에 여행도 하고 산책도 하고, 집에 돌아와 영화도 보다가 맛있는 요리도 만들어 먹는 편안한 일상. 그저 그렇게 일상을 보내도 되는데 무얼 배우겠다고 결의를 다지는지. 내 타고난 성향인 듯하다. 어려서부터 가만히 눌러앉아 있지를 않았다. 시골 앞마당에 자란 풀을 뜯는 다든지, 들에 나가 달래 냉이를 캐 온다든지, 학교 운동장에서 놀던지 움직였다. 거의 쉬지 않고 움직인다. 폐암 수술을 하고 나서는 일이나 취미 활동이나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취미활동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얼까? 마음을 강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 앞에서든지 긴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힘, 그 힘을  키우는 중이다. 인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시작부터 넘겨야 하는 고비가 많다. 서핑은 바닷속으로 고꾸라진 일이다. 처음 배울 때 모든 사람이 다 고꾸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독 내가 그랬다. 시선을 멀리 두어야 하는데, 바다에 빠질까 봐 무서워서 보드 아랫부분을 바라보니 고꾸라질 수밖에. 앞으로 살아갈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는 다시 보드에 올라 엎드린다. 삶은 투쟁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계에 대항하여 투쟁한다. 선하게 반응하고, 더 나은 내 모습으로 가꾸기 위하여 투쟁한다. 그 힘은 내면에서 나온다. 내면 깊은 곳에서 올려져 온다. 인생에서 고꾸라지며 쌓아 온 내공이다. 

서핑은 그 내공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걸어갈 때의 비장한 마음, 등 뒤에서 거세게 밀어닥치는 파도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집중력,  파도타기에 성공하지 못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 파도를 기다리는 다른 서퍼들을 살피는 배려. 서핑은 나를 대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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