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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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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17. 2024

알고 나니

서핑,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운동이었다. 경험하고 나니, 나에게도 어울리는 운동이다. 사람도, 일도, 알고 나면 대처하기가 쉽다. 서프보드를 들고 이동하는 방법, 보드 위에 앉아 파도를 기다렸다가 타기까지의 방법, 알고 나니 민첩해진다.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두려움의 크기도 작아진다. 

이호테우해수욕장을 지나다니며 서핑하는 사람들을 볼 때, 동경하는 마음만 가득했다. 알고 나니 내 것이 됐다. 수십 번을 넘어지고 나니 알게 됐다. 아니, 아직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살짝 아는 정도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폐암에 걸려보고 나니 암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은 안다. 내 마음과 닮은 부분이 있을 테니까. 자녀들이 성공이라는, 든든한 직장에서 월급 많이 받는, 뻑적지근한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하니 그러한 상황의 부모들의 입장을 안다. 구석구석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직장에서 기안 작성을 잘못하여 질책을 받고 나니, 젊은이들의 직장에서의 힘든  마음을 안다. 전부 알지는 못하지만. 

알아가고, 알려하고, 알고 나니 인생이 쑥쑥 성장한다. 

서핑하는 바다로 들어가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서핑 바다 질서를 지키며 서핑을 한다. 이제 나도 안다. 서핑이 주는 즐거움과 뿌듯함이 크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더 하고 싶어 진다는 것을.

내 인생도 그렇다. 아픔을 겪고 나면 그 아픔을 이기는 방법도 안다. 슬픔을 맛보아야 슬픈 감정을 극복하는 힘을 찾아 안다. 배신당해봐야 그 배신의 씁쓸함을 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해 봐야 그 창조의 기쁨을 안다. 

나는 서핑을 하면서 바다, 서프보드, 서퍼들과 익숙해진다. 알아간다. 마음이 한 뼘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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