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 Nov 03. 2024

미국 다녀온 후

세계의 땅을 다 차지한 듯한 미국, 넓고 넓은 땅, 그곳에 다녀왔다. 나에게는 기적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분들은 한결같이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나와 딸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달래 준 분들이다. 딸이 지난 1년 동안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지낼 때도, 지금 연구실에서 일하려는 때도, 살아갈 힘을 보태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단단해지는 기회다. 낯선 땅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만나 일한다는 건, 외로움을 이겨낸다는 거다. 딸은 그 길을 스스로 선택하였다. 나와 헤어진 후, 딸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승용차 대여를 하기 위해서는 보증이 필요하다. 딸에게 보증을 서 줄 사람이 없다. 다행히 일본차는 보증 없이도 대여가 가능하였다. 현대나 기아차보다 가격이 비싸다. 딸이 일본차가 튼튼하다며 일본차를 타고 싶어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원대로 되었다.

연구실에서 9월 첫 주부터 일하기로 하였는데, 10월 첫째 주에 시작하였다. 취업하기 위한 카드를 6월에 미리 신청하였는데, 오마하 연구실 합격 후, 주소를 오마하로 옮기면서 카드 발급이 늦어지는 상황에 부닥쳤다. 몇 개월 더 지나야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카드를 더 빨리 발급받으려면 한국돈으로 200만 원 정도 더 내면 된단다. 딸은 병원에 이 내용을 알렸다. 카드를 빨리 발급받기 위해 200만 원을 더 내고 신청하려고 한다고. 근무 시작일이 늦어져서 죄송하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200만 원을 병원에서 지원해 주겠다고. 딸은 옥환음 장학회에서 받은 300만 원에서 지불하려 했다. 딸은 장학금으로 노트북을 사고 싶어 했다. 노트북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돈이 없는데 갑자기 200만 원을 써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 상황을 혼자 고민하지 않고 병원에 알린 것뿐인데, 병원에서 지원해 준다고 하였다. 이사비용도 한국돈으로 700만 원이나 지원해 준다고 하였다. 월급 받을 때, 받게 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이때에 사용해도 되는 말일까?

딸은 카드가 도착할 때까지 1개월 정도의 시간을 잘 참아냈다. 계속 기다려 준 병원과 연구실 교수님 덕분이다. 또, 한국인 교회에 출석하여 성도님들의 관심과 도움을 받았다. 성도님들은 살림살이에 필요한 그릇과 도구들을 갖다 주셨다. 아파트 주변에 음식점이 있어 밤에 소음이 들릴까 걱정했는데,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데 전혀 방해되지 않는단다. 방 창문 아래로 보이는 건너편 호텔 야외 수영장,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어 훈훈하다고 한다. 건너편 방 베란다에, 가끔 강아지 한 마리도 나와, 딸에게 행복을 선물해 준단다. 딸은 1층 요가센터에서 운동도 하고, 아침 일찍 조깅도 한다. 마트에서 건강한 식재료를 구입하여 맛있게 요리도 만들어 먹는다.

안전한 곳,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 평화로운 사람 소리가 나는 곳, 그 오마하에서 딸은 단단해져 간다. 가끔은 외로울 거고, 또 가끔은 마음이 아프기도 할 거다.

깨어진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향한 연구, 지금 그 시작점에 들어 선 딸을 응원한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힘차게 도전하며 나아가는,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을 응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