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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Nov 02. 2024

서울과 오마하로.

2024년 8월 18일 일요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미국 일정이 오늘 아침으로 끝난다. 아침 7시쯤 일어나니 여자 간사님은 벌써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벽 3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었으니 잠잔 시간은 3시간 정도일 거다. 남자간사님은  음식점에 나갔다 오고 있다고 하였다. 아침에 피곤할 텐데도 저녁 늦게까지 함께 대화를 해 준 간사님 부부가 고맙다. 여자 간사님은 아침으로 떡국을 끓여 주셨다. 간사님 가족 4명과 나와 딸은 떡국을 먹었다. 친정 엄마가 끓여주는 따뜻한 떡국, 그 분위기를 맛보았다. 딸은 오마하로, 나는 서울로 떠난다. 내 비행기 출발 시각은 12시, 딸은 나보다 1시간 뒤인 오후 1시 출발이다. 간사님 집에서 9시에 출발했다. 남자 간사님이 공항까지 함께 해 주었다. 나와 딸은 공항에서 1시간 동안 함께 보냈다. 딸과 간단한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둘이 셀카도 찍었다. 딸은 헤어지기 전에 나를 꼭 안아 주었다.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오히려 나를 다독여 주었다. 엄마 울지 말라고, 잘 해낼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단단해진 모습이다.

 딸은 오마하에 도착하여 하룻밤 지낼 숙소를 구했다. 아직 방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하루 이틀 보낼 숙소다. 딸은 오마하에 도착하는 날, 월세방으로 얻은 방에서 얇은 이불 깔고 잘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숙소 구하는 비용을 아끼고 싶은 생각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썰렁한 방에서 자려고 하였다. 그 소리를 듣고 내 마음이 아려왔다. 딸은 텍사스에 있는 동안 인터넷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구입하였다. 그 매트리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짐도 교수님 사무실에 있다. 딸이 오마하에 도착한 날, 연구실에 같이 근무하게 될 연구생이 짐을 갖다 주기로 하였다. 딸은 얇은 담요 같은 이불만 갖고 있었다. 바닥에 깔 매트리스나 요도 없었다. 건강이 중요하니까, 딸이 방을 정리하는 동안 하루 이틀은 숙소에서 자면 엄마 마음이 편하겠다고, 딸에게 말하였다. 딸은 엄마 생각이 낫다며 숙소를 구하였다. 딸은 그 숙소에서 자고 난 후 나에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걱정할까 봐 작은 호텔로 숙소를  구했어. 엄청 깨끗하고 예뻐. 엄마랑 오마하에서 마지막날 밤, 엄마가 깨끗하고 예쁜 호텔에서 자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거 후회돼. 엄마 미안해. 엄마, 나 이렇게 안전하게 잘하고 잘 챙기고, 잘 해낼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엄마도 촬영 잘하고, 강아지 미소랑 좋은 시간 보내고, 씩씩해야 해! 엄마, 엄마가 함께 해줘서 고맙고, 다 고마워. 엄마, 사랑해!"

한여름, 딸과의 미국 일정이 이렇게 끝났다. 무서우리만치 두려웠을 1개월 정도의 기간이 물 흐르듯이 빨리 지나갔다. 딸의 합격을 기다리며 중간중간 만난 지인분들, 그분들이 있는 곳 주변을 여행하고, 그러는 사이 오마하 소식을 받았다. 오마하에 짐을 옮기고 마지막 지인분들을 만나러 텍사스에 갔다. 그곳에서 평안한 가정을 맛보았고, 편안한 쉼을 얻었다. 그 가족과 함께 이야기하며 활짝 웃는 딸을 보았다. 두 어린아이가 딸이 좋다고 꼭꼭 딸 옆에 붙어 지냈다. 딸은 행복해하였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신이 살아계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나와 딸의 미국 여정 내내 돕는 손길이 있었다. 내년 여름에는,  나, 아들, 딸, 강아지 미소가 오마하에서 뜨거운 여름을 같이 보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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