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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Nov 05. 2024

아픈 모습, 응원합니다.

미국, 그 넓은 땅, 내 발길이 닿은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가 본 곳이 미국의 극히 일부분이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캐년, 라스베이거스, 오마하, 워싱턴, 센트럴파크. 프린스턴 대학, 펜실베이니아 대학.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자유롭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그래서 그럴까? 다른 이들은 그냥 지나치는데, 내 시선이 자꾸만 멈춘 모습이 있다. 멈추면 안 된다고 하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라 곁눈질로 본다. 가장 많이 본 곳은 필라델피아다. 노숙자다. 길거리에 노숙자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거리도 그렇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엎드려 있거나, 길바닥에 누워 있다. 부부처럼 보이는 남녀가 인도 한 구석에 자리를 펴고 누운 모습, 누더기 옷, 먹을 것을 달라고 쓴 종이피켓을 들고 다니는 사람. 다행히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밤거리는 안전하지 않다. 노숙자들은 낮에도 밤에도 거리에서 잔다. 더운 여름이라 춥지 않아 다행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길바닥에 누워 잔다. 먹을 음식을 어디서 구할까? 대소변은 어디서 볼까? 가족은 어디에 있을까? 언제부터 노숙생활을 했을까? 젊은 청년, 나이 든 할아버지, 아주머니,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들을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쳐다보면 안 된단다. 나도, 걸을 때 앞 시선에 들어오는 대로만 보았다.  

줄지어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노숙자들이다. 점심을 기다린다. 한 끼 식사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 한 끼 도시락을 타려고 줄을 선 노숙자들. 나누어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다 미국사람이다. 다만, 노숙자 대열에는 흑인이 많다. 그들은 무엇에 소망을 둘까? 고통, 슬픔, 아픔, 외로움, 두려움, 기쁨, 행복, 분노, 절망, 미움, 희망. 그들 마음에 담긴 감정은 어떤 걸까?

마약에 취해 누워있는 사람, 그는 고통을 잊으려 했을까? 아니면 슬픔을 잊고,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계기가 그들을 마약에 취하게 하고, 폐인으로 살게 했을까? 선택을 한 거다. 어느 길로 갈지 정한 거다. 이 세상이 주는 고통에 맞붙어, 살기 위해 살아가는 자, 견뎌내는 자, 그런 자가 되기보다 쉬운 길을 선택한 걸까? 그들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보이는 노숙자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세상에서 살아갈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그런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게 될지 모르니, 귀한 생명이 짓밟히고 있다는 아픈 마음이다.

나는 2008년도에 뇌종양 수술, 2018년도 폐암수술을 경험하였다. 이 땅에 살아있음이 놀랍다. 하늘을 올려다 보고, 바람을 느끼고, 새소리를 듣고,  또, 일을 한다. 마음이 허전할 때도, 속상할 때도, 답답할 때도, 두려울 때도, 살기 위해 이겨낸다. 감사와 기쁨, 소망과 기대로 나를 채운다. 그 훈련을 매일 한다. 새벽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새벽을 맞이함에 감사한다.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내 마음을 깨어 부수어 간다. 부수어질 때 아프지만, 점점 성숙해져 간다. 그런 나를 응원한다. 자연을 누리며 감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주저앉지 말자. 다시 일어서자. 이 세상 젊은이들이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누리면 좋겠다. 그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가면 좋겠다. 망가뜨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순간, 고통 속에서 이겨내고 있을 어느 젊은이들,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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