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베가스와 그랜드캐니언, 올여름 미국 여행지 중 극적인 장관을 본 곳이다. 라스 베가스는 사막 한가운데 세운 도시라서 그런지, 엄청 덥다. 열기가 도시를 가득 채운다. 화려한 호텔 건물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다. 그 건물 안에 들어가면 건물 밖 기온을 까맣게 망각한다. 이곳이 사막이라고? 추위마저 느낄 정도의 냉방, 건물로 들어가는 커다란 문, 그 문을 열어 놓은 레스토랑도 있다. 그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차가운 공기가 사막 열기를 시원하게 한다. 커다란 건물들에서 나오는 냉방으로 사막 도시거리가 뜨겁지 않다. 사막이 사막이 아니다. 사람이 만들었다.
카지노, 시끌벅적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연인끼리,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담배 냄새가 카지노 홀 안에 가득하다. 그 사람들은 오랜 시간 그 앞에 앉아 있었던 모양새다. 지쳐 보이기도 하고, 심심해 보이기도 하다. 양손을 놀리며 화면에 몰입해 있다. 라스 베가스 도시 전체를 다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도시 전체가 거의 다 이런 분위기인 듯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다. 나와 딸도 그곳을 지나쳤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하여 그랜드 캐니언으로 가는 길, 차가 도로를 달리고 달려도 광활한 대자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사막,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도 있다. 하늘을 병풍 친 듯한 거대한 바위 산, 수백 킬로미터나 되는 듯한 깊은 협곡, 사람이 감히 손을 댈 수 없는 곳이다. 하늘, 땅만 있을 법한 그곳에 사람이 산다. 캐년을 안내하는 현지인 가이드, 안내소 관리인, 햄버거집, 주유소, 숙소 관리인, 나도 그곳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잠도 잤다. 캐년 바위 산 안에 호텔이 있다. 또 다른 라스베이거스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도두봉 산책로를 걷는다. 거의 매일 퇴근하면서 가장 먼저 가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소나무 향기, 바다 파도치는 모습, 새소리로 마음이 풍요롭다. 라스베이거스처럼 화려하지도, 그랜드캐니언처럼 웅장하지도 않다. 작은 산, 그 안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도두봉 정상에 올라가면 보이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착륙하거나 이륙하는 비행기, 바다에 떠 있는 고기잡이 배, 여행객을 태운 유람선, 높이 솟은 아파트, 항구, 여행객들 움직이는 소리, 항구에서 경찰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 사람 사는 모습이다.
라스 베가스나 그랜드 캐년은 평생에 한 번만 다녀와도 족하다. 도두봉은 내 일상 안에 있어야 좋다. 내 가까이 있는 작은 것, 그것이 나를 풍요롭게 한다. 오늘도 나는 그 작은 것으로 행복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