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생활한 지 2년째다. 원룸이라는 공간, 혼자 밥을 먹고 치운다. 하루의 시작도 혼자 한다. 생활의 모든 선택은 나 혼자 몫이다. 혼자 말하고, 혼자 웃는다. 나 혼자 산책하고, 바다를 본다.
낯설던 제주도가 정겹다. 머리카락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제주바람도 익숙하다. 원룸에 혼자 들어와 밥을 챙겨 먹는다. 외롭지 않다. 나와 내가 대화한다. 나에게 농담도 던지고, 타이르기도 한다. 괜찮다고 위로의 말도 건넨다. 내가 나에게. 묻기도 한다. 이제 무얼 할까? 어떻게 하지? 나는 나를 본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멈춘다. 형제에게도, 그 누구에게라도 전화하지 않으려 한다. 다 바빠 보인다. 그들도 나처럼 하루를 살아내느라 마음도 몸도 분주하다.
나는 산책할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땅에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10년 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 자녀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할까? 나는 어느 곳에서 살게 될까? 세상 이곳저곳에서 전쟁으로 고통받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갈까? 엄마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나는 걱정을 하고 있는 걸까? 걱정이라기보다는 하루 앞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인지라 궁금하다. 그 궁금함에 내 소망을 담는다. 간절한 소망을 마음에 품고 하루를 가꾼다. 제주도에서의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두 해가 되어간다. 하루라는 시간을 혼자 보내기가 버거운 날이 많았은데, 제주도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는다.
나에게 좋은 것만 선택하고 취한다. 매일 먹는 밥은 잡곡밥, 하루 1.5리터의 따스한 물, 하루에 잠깐이라도 햇살을 받기, 만보 걷기, 10분 달리기, 10분 스트레칭, 시기, 질투, 미움 없는 가난한 마음, 정직하기........., 나는 나를 찾아간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나를 탐구하고 싶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곳에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지, 내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바람 많고, 아는 사람 없고, 낯설기만 하던 제주도가 정겨워진다. 단골 식당 주인분의 친절함, 이호서핑, 교회, 이호 갤러리, 미용실, 승마, 함덕해수욕장, 이호테우 해수욕장, 원룸 주인, 강아지가 머물다 간 자리, 도두봉, 학교 아이들........, 제주도가 정겨워지는 이유다.
내 아들 딸도, 어디에서 살든지 좋은 것을 선택하고, 살아갈 힘을 소복소복 담아내기를 소망한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청년들이, 모든 이들이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