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니 중앙현관 앞 주차장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학부모님들 몇몇 분이다. 교직원들을 위한 커피와 차 서비스. 특별한 아침이다. 나는 현관문을 통과해 교실로 올라갔다. 문을 여니 벌써 몇몇 아이들이 와 있다. 아이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며 커피 차에 가자고 한다. 따뜻한 커피를 마셔야 한다며, 내 손을 잡고 끌고 갈 태세다. 보고 또 보고 보아도 어쩜 이리도 맑을까! 이 맑은 아이들 손에 이끌려 현관 앞으로 갔다.
학부모님들 여럿이 친절하게 웃으시며 반겨 주신다. 아이들이랑 함께 온 내 모습이 좋아 보이셨나 보다. 아이들도 칭찬, 나도 칭찬하신다. 아이들은 나를 둘러싸고돈다. 신났다. 이런 풍경을 처음 보는, 나와 아이들이다. 나도 신났다. 커피를 마신다는 것보다 더 신난 건, 아이들이 내 손을 잡고 호위하며 함께 있어준다는 거다. 내가 이 아이들로부터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 뿌듯했다. 아이들은 내가 어떤 커피를 마실 것인지 묻는다. '카페라테'. 달달하고 따스한 카페라테를 부탁했다.
교실로 올라와 커피를 마신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어느 커피가 더 맛있는지. 집에서 엄마가 마시는 커피를 조금씩 마셔봤단다. 나는 출근하여 하루아침을, 아이들과 일상의 대화로 시작한다. 가끔 아이들은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묻는다. 물고기를 잡아 보았는지, 철봉놀이를 해보았는지....., 나도 어린아이가 된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한 여자아이가 함께 산책하자며 내 손을 잡아 끈다. 애교가 가득한 표정과 목소리다. 어쩜 이리도 연한 분홍꽃을 닮았을까! 나는 못 이기는 척, 자그마한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한동안 비가 자주 내리더니, 요즘 며칠 동안은 햇살이 따사롭다. 따사로운 햇살이 긴장된 몸을 풀어 준다. 아이는 잡은 내 손을 놓지 않고 더 꼭 쥔다. 그러다가 내가 "달릴까?" 하고 말하자, 얼른 손을 놓고 달릴 자세를 한다. 나는 가죽 롱치마를 입었다. 반부츠도 신었다. 멋진 옷이다. 아이가 있어 나는 달린다. 치마를 입고 부츠를 신은 모습이다. 내 얼굴은 핑크빛으로 물들었을 거다. 달려서 열이 올랐기 때문이다. "선생님, 바람도 같이 달리고 싶은가 봐요." 아이가 말한다. 걸을 때는 못 느끼던 바람이다. 달리니 머리칼이 날리고, 시원하다. 바람이 같이 달려서다. 아이가 말한 이 표현이 얼마나 멋진가! "유미야, 유미가 말한 것처럼 바람이 같이 달리고 싶은가 봐. 정말 시원해. "나도 덩달아 시인이 된다.
커피와 차로 행복을 나누어 준 학부모님들, 내 손 잡아주며 커피 가지러 가자고 이끌어 준 아이들, 산책하자며 나를 운동장으로 데리고 간 아이, 사람과 사람 사이, 따스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