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자주 온다. 비가 안 오는 날을 손꼽아 헤아려야 할 정도다. 일요일 아침, 교회에 가는 날이다. 초등부 예배 시작 시각은 오전 9시다. 그전에 교사들끼리 모여 준비 기도모임을 한다. 더 자고 싶어 침대에서 뒹굴었다. 오늘은 초등부 예배에 가지 말고 11시 예배 갈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비가 오면 밖에 나가기가 불편하다. 교회에 가지 말고 온라인 예배를 드릴까?, 가까운 교회에 다녀올까? 도 생각해 보았다.
나는 함덕교회에 다닌다. 1년 전 처음 제주도에서 살기 시작할 때 다닌 교회다. 6개월만 함덕에서 살았는데도, 계속 그 교회에 다닌다. 승용차로 40분, 50분 거리다. 다른 교인들이 놀란다. 그렇게 먼 거리에서 온다고.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벌써 7년째다. 포항에서 2년 반, 강릉에서 2년 반 정도, 제주도에서 2년째다. 교회를 옮겨 다니다 보니 늘 새 신자다. 함덕교회에서도 새 신자였다. 작년에 새 신자 교육을 받았다. 하나님 말씀은 낯설지 않은데, 사람들은 어색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수다를 떨거나, 활발하게 인사를 하는 성향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름처럼 다닌다. 그래도, 교회에 가면 행복하다. 각기 맡은 역할을 부지런히 감당하는 모습, 영양가 높고 맛 좋은 점심, 잔치집에 온 것처럼 시끌벅적한 점심 식사 시간, 하나님 말씀 따라 살아내려는 사람들 표정과 손길이 있어서다.
나는 초등부에서 보조교사다. 주말에 서울에 자주 가다 보니 보조교사도 제대로 못한다. 무엇을 한다기보다는, 나 혼자가 아님을 위로받는다. 아침식사로 고구마 삶은 것 두 개, 삶은 계란 두 개, 단감 한 개를 준비했다. 작은 통에 담아 차에 실었다. 운전하면서 먹는다. 승용차 시동을 걸면 바로 극동방송이 흘러나온다. 50분 거리가 먼 거리지만, 라디오를 들으며 준비한 먹거리를 먹다 보면, 도착예정 시간 25분, 10분, 5분, 단축되어 간다. 주중 일상을 벗어나 소풍 가는 느낌이다. 교회에 도착하니 9시다. 교사 기도모임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마음이 불편하지 않아서 행복하다. 어색한 사람들과 익숙해져 가는 힘, 억지로 내가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폐암수술 후, 명퇴를 하고 나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다. 기간제 교사로 일한 기간이 벌써 5년째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가 여덟 번째다. 서먹서먹한 사람들, 나에게 썰렁한 학교분위기, 조금 익숙해지려나 싶을 때 떠나야 한다. 앞으로도 기회를 찾아 계속 도전하려고 한다. 세상 속에 들어 가 사람들과 부딪치며, 나를 강하게 세워 가는 기회다. 나에게 그 기회를 찾게 하는 힘은 교회와 예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