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1. 토
아침부터 비가 내리다 말다를 한다. 오늘은 집에 손님이 오기로 했다. 작년 2학기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두 분이다. 한 분은 나보다 나이가 많고, 다른 한 분은 훨씬 적은 젊은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다. 추석명절을 서울에서 보내려고 서울에 가기 전에 냉장고 안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먹을 것이라곤 계란과 견과류가 전부다. 우선, 아침 식사로 견과류와 삶은 계란 1개를 먹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를 하는 중에 시계를 보니, 시계가 11시를 가리키려 한다. 평소에도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는데, 오늘은 구석구석 먼지를 더 닦았다. 정오쯤 되니 배가 고팠다. 몇 시간 전 아침에, 전기밥솥 예약 버튼을 눌렀다. 몇 가지 잡곡에 단호박, 감자를 썰어 넣었다. 4시간 30분 예약을 설정했더니, 12시쯤에서야 취사 중이었다. 점심은 밖에서 사 먹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손님 대접할 요리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오징어 부추전과 단호박 요리를 하기로 했다. 단호박 요리는 딸이 카톡에 올려 준 영상 자료를 보고 결정했다. 오징어부추전은 비가 와서 그런지 바로 떠올랐다. 필요한 재료를 메모지에 적었다. 메모지와 시장바구니를 챙긴 후 음식점으로 갔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시내에 있는 대형마트에 바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오후 3시 30분에 지인분들이 오시기로 했다.
꽃다발을 사 오고, 토마토 진액을 가져오시고, 내가 쓴 책을 펼치시며 사인을 부탁하셨다. 난 단호박 요리를 하지 못했다. 마트에서 재료를 구입하려고 카트에 다 담았지만, 계산대 앞에 나갔다가 다시 뒤로 돌아 멈추었다. 현금카드만 사용하는데, 통장잔액이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다행히 현금 5만 원이 있었다. 단호박 요리 재료와 다른 과일들은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부추전에 필요한 재료들만 담았다. 부추전에 들어갈 재료 값이 5만 원에 딱 맞았다.
단호박 요리를 못 해 드려서 속상했다. 내가 미안해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을 지인분들이 알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위안이 됐다. 따스한 부추전이 있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