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강습 두 번째 시간, 이때부터 보드 위에서 균형 잡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잔잔하고 낮은 파도가 있는 날은 보드 위에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집에서 혼자 규칙적으로 요가 스트레칭을 해 온 덕분일까? 나는 거의 매일 스트레칭을 한다. 작년 11월부터다. 유튜브 '에일린 마인드 요가' 올인원 운동, 전신근력운동을 따라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시작부터 숨이 찼다. 꾸준히 하였다. 3개월 정도 지나고부터는 쉬워졌다. 운동시간도 처음에는 40분 넘게 걸렸는데, 몇 개월 지나고부터는 20분 정도 걸렸다. 팔운동, 다리운동, 복근 운동, 이 운동을 하기 전에는 허벅지 살, 뱃살, 팔뚝 살이 다 늘어져 있었다. 근육 운동을 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나자, 늘어졌던 근육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신기하였다. 나이 들면 당연히 생기는 줄 알았던 피부 늘어짐이 탱탱해지다니!
강습 첫날부터 서프보드 위에서 멋진 균형을 잡았다. 파도의 흔들림에 앞으로 고꾸라지기는 했지만, 한번 일어서면 균형은 만점이었다. 강사님도 물었다. 몸이 유연하신데 혹시 무슨 운동을 하냐고.
매일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는다. 한 문장이라도 쓰려고. 책을 읽고, 또 읽는다.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좋은 글을 쓸거라 믿는다. 내가 쓴 책을 읽고 누군가가 힘을 얻는다면,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버려지지 않고 좋은 일에 쓰이기를 기대한다.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이 산처럼 많다. 보이는 내 모습은 세상이 원하는 대로 포장되었는지도 모른다. 갈기갈기 찢기어진 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짓밟히고, 스스로 짓이겨서 뭉개진 상태였던 내 모습을 어떻게 드러낼까. 언젠가, 그 모습을 드러낼 힘이 생기겠지. 그 근육을 만들고 있다. 마음의 근육은 신체의 근육과 함께 만들어져 가야 한다. 나에게 운동이 중요한 이유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 졸업 후, 결혼. 성인이 되어갈수록 내 안에 웅크린 아이는,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를 말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갔다. 대화 속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대화의 맥락에 끼일 힘을 잃어갔다. 내 안의 나에게 집중하느라. 내가 사라져 갔다. 형제들 사이에서도, 부모에게도, 버려진 아이처럼. 언니는 남동생과 여동생만 챙기는 듯 느껴졌다. 웅크린 아이가 스스로 더 자책하며 웅크려 든 모습이다. 형제들 대화에 끼이지 못하였다. 말없던 나였기에. 부모님도 내 앞에서 동생들 걱정하는 말씀만 하였다. 그 사이를 뚫고, 속상한 마음을 부모님께 말할 기회가 나에겐 전혀 없었다. 이 모습은 남편과 결혼 전, 데이트할 때도 그랬다. 스킨십이 말 대신이었다. 나는 사랑은 그런 줄 알았다. 말이 왜 필요하지?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감정 표현을 왜 하지?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내가 참으면 되는데. 내 사고는 웅크린 아이가 지배하였다.
내 안의 쪼그만 아이, 그 아이의 생각을 깨뜨리기 위해, 나는 매일 마음과 신체의 근육을 스트레칭한다. 서핑에 도전하는 것, 그중의 한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