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잘했어. 다시 해보자. 다시 하면 되지. 달리자. 조금만 더 달리자. 한 번만 더 해보자. 할 수 있어. 천천히 하면 돼.
이 말들은 나에게 스스로 하는 말이다. 용기를 주는 더 많은 말들이 있다. 나는 서핑을 하기 위해 보드 위에 엎드린다. 파도타기에 좋은 파도를 찾아야 한다. 찾더라도 그 파도를 잘 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두 팔에 힘을 주고 윗몸을 일으킨 후, 두 발을 앞쪽으로 끌어와 보드 위에 나란히 간격을 두고 올려놓는 용기. 파도가 밀려오고, 보드는 일렁이는 물 위에서 흔들거린다. 물속으로 넘어져도 괜찮아. 발이 닿으니까 죽지 않아. 그러니까 계속 타보는 거야.
나는 서핑하는 동안 웅크린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혼잣말을 한다. 혼자 조용하게 외치는 소리라서 주변 다른 서퍼에게 들리지 않는다. 바다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얼굴도 환한 미소를 유지한다. 1개월 동안 월 8회의 강습이 다 끝났다. 서핑 2개월째다. 강사님이 밀어줄 때는, 넘어지지 않고 일어서기만 하면 파도가 밀어주는 힘을 받아 앞으로 잘 나갔다. 강사님의 응원과 칭찬의 목소리가 없는 나 혼자만의 상황,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패들링을 하다가 파도가 밀려는 순간, 일어서야 한다. 혼자 하려니 의기소침해진다. 퇴근 후, 바로 이호테우 해수욕장으로 향하지만, 망설인다.
‘ 하지 말까? 아니야 해보는 거야. 조금씩 하면 돼.’ 나를 토닥인다.
지금 쓰고 있는 글도 그랬다. 내가 어떻게 글을 쓰지? 내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가능할까? 해보자. 젊었을 때부터 글을 쓰고 싶어 했잖아. 배우면서 천천히 해보는 거야. 용기를 내자. 할 수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글쓰기를 지도받았다. 내가 쓴 글을 글쓰기 카페에 올리면, 작가님이 수정하여 다시 보내주셨다. 길게 나열만 했던 내 문장이 짧게 정리되었다. 글쓰기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하였다. 브런치 카페에 도전하였다. 한 번 떨어지고, 두 번째 지원하였을 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에게 작가라는 호칭이 붙었다. 웅크린 아이가 기를 펴기 시작하였다.
30년 넘게 교사 생활했던 서울을 떠나 강릉에서, 포항에서, 제주도에서 기간제 교사로 지원할 때도 그랬다. 지방 교사들은 어떨까? 친한 사람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근무 환경도 다른데 적응할 수 있을까? 그래. 해보자. 할 수 있어. 하나씩 알아가면 돼.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면 돼.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고, 밝고 친절하게 다가가면 돼.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하면 돼. 할 수 있어. 나는 서울시 모범교사상을 받은 교사니까! 웅크린 아이는 점점 더 기를 펴고 일어서기 시작한다.
괜찮다고,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한 걸음씩 걸어가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