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괜찮아.

by 수수

‘위키백과’에서 ‘나르시시즘 또는 자기애는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자기 외모, 능력과 같은 어떠한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거나 아니면 자기 중심성 성격 또는 행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나는 자기애에 빠져서 살아왔다.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여 주지 않으면 외로움에 젖어 들곤 했다.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한 후에는 남편과 함께 어느 곳에 가든지 주인공처럼 내 생각과 내 모습이 주목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내 생각과 다르거나 내가 한 말에 호응이 없으면 마치 버림당한 느낌이었다. 나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상황이나 삶에 대하여 공감할 힘이 없는 마음 상태라고 할까? 어쩌면 나의 강한 자기애로 인하여 남편을 이해하는 힘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폐암 수술을 하고 나이 60이 되어가니 이 자기애가 조금은 줄어든 느낌이다. 암이라는 나의 상황은 이제껏 공감하지 못했던 암 환자들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상황을 헤아려 보려는 마음의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집중되던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왔는데 어찌 된 일일까? 그동안 거짓이었던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사랑과 배려 그리고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어쩌면 그 모든 행동이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움직였는지 모른다. 나에게 더 관심을 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들게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사랑을 베풀었다.


누구와 만남을 약속했는데 취소가 되어도 이제는 무시당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공동체 안에서 내 칭찬이 오가지 않아도 주눅 들지 않는다. 내가 실수한 것을 말해주어도 절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나에게 예의 없는 말투와 행동을 해도 그저 아무렇지 않다. 하루 동안 내 계획이 모두 이루어지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는다. 예전에 가졌던 마음들이 다 버려지고 있다. 비워진 자리에는 타인을 삶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나르시시즘이 지워져 가고 이타심이 내 마음에 쌓여 가고 있다. 건강을 잃고 나니 다른 이들의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가니 젊은 사람들의 삶이 이해돼 간다. 내 방식과 내 삶을 기준으로 삼아 생각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각자의 모습을 관찰하며 이해하려는 힘이 세지고 있다. 자기 애착으로부터의 독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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