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잘 웃는다. 화를 냈다가도 쉽게 다시 웃는다. 아침에 바쁘게 움직여 교실로 들어서면 아이들만의 세계가 나를 맞이해 준다. 나도 덩달아 아이들처럼 어린아이가 되어 그 세계를 누빈다.
아이들의 웃음은 나도 웃게 한다.
서로 행복해하며 웃는 모습을 보는 일은 나에게 축복이었다.
학기 초에는 친한 친구 몇몇 하고만 어울리던 아이들, 다른 아이들에게는 무심하던 아이들이 변하여 학급 아이들 모두 웃는 분이기가 되어 간다. 아이들의 웃음은 서로를 기쁘게 해 준다. 그 안에 있는 나에게도.
결혼을 하고 난 후, 남편과의 갈등이 깊어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하곤 했다. 나에게 아이들이 있는 교실은 그런 나를 도피시키는 곳이기도 했다. 교실에 들어서면, 내가 지도하는 대로 잘 따라주고 나를 응원해 주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은 내 마음을 치유해 주는 치유자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그 마음은 사라진다.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몰입하다 보면 집안일도, 내 자녀의 힘든 일도 잊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온전히 아이들에게 쏠려 있다. 들썩거리는 아이들 틈에 있느라 내 아픔이 느껴질 시간조차 없다. 아이들은 분명 치유자이기도 하다.
학교에 가는 시간이 오히려 나를 살게 했다. 학교에 더 오래 남았고, 일을 더 많이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자료를 연구하고, 전교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해 맡아 진행했다. 아이들이 웃고 행복해하면 나도 행복했기에, 그런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이 행복했다.
내 복잡한 마음을 잊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내게 준비한 것들로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자존감을 키우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다.
방과 후나 토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떡볶이집에 가기도 했다. 휴일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내가 사주는 떡볶이를 먹으며 웃는 모습을 볼 때, 나는 행복했다. 쉬는 날에 몇몇 아이들을 극장에 데리고 가기도 했다. 평소에 부모님과 함께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 주었다. 그때 기뻐하는 아이들이 모습을 보면, 내가 자랑스러웠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위로받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아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려 했던 그 시간 동안, 사실은 내가 아이들로부터 치유받고 있었다.
가정에 있던 냄비와 일회용 가스레인지를 챙겨 교실에 갖다 놓았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떡볶이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고구마를 쪄 주기도 했다. 아침을 굶고 오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안 순간부터였다.
집에 돌아오면 급식 시간에 남은 밥으로 누룽지를 만들기도 했다. 요즘엔 학교마다 급식실이 다 있지만, 초임 때는 급식실이 없는 학교가 많았다. 교실에서 담임교사와 아이들이 밥을 덜어 주고, 국을 퍼주었다. 그때 남은 밥을 집에 가지고 오곤 했다.
다음 날 아침, 구운 누룽지는 모든 아이들에게 인기였다. 아침을 먹고 온 아이들에게도 구수한 누룽지는 조금이라도 맛보고 싶어 하는 간식이었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더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겠다는 의지를 심어 주곤 했다. 새로운 발상을 하게 하는 기폭제였다.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던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시간들이 나는 행복했다. 나를 찾는 아이들이 있었고, 나를 인정해 주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사랑받고 있었다.
내가 사랑을 주는 만큼 아이들도 나를 사랑해 주었다. 아니, 아이들이 나를 사랑해 주는 모습에 나는 보답이라도 하듯이 그 아이들을 위해 나를 움직였다.
가정에서 긴장과 두려움 속에 있다가, 학급 안에서 즐거움과 자유함을 누렸다. 물론 아픔과 고통도 겪으면서.
어떤 아이로 인해 수업 중 기운이 빠질 때도 있다. 수업을 방해하는 말을 멈추라고 해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을 때, 그 아이가 아닌 다른 한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눈으로 말해 준다. 말로 위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를 지지하는 눈빛을 보내주었던 아이. 그 눈빛을 보는 순간 내 마음에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힘이 생겼다.
나는 아이들에게서 배웠다. 마음을 담은 눈빛으로 바라만 보아주어도 힘이 된다는 것을. 지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주어야겠다고, 슬픔에 잠긴 사람 곁에 함께 있어 주어야겠다고, 마음만으로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어야 하는 상황에 다가가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