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빛이 모여 만든 무지개

by 수수

요즘 학급 학생 수는 27명, 15명, 30여 명일 때도 있다. 내가 초임 때는 6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아이들은 모두 다 다르다. 달라서 교실은 시끌벅적하다. 다름이 어우러지느라 티격태격도 일어난다. 다름을 잘못되었다, 는 생각으로 서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다 자신보다 부족해 보인다. 다름을 서로 인정하게 되는 순간부터, 교실은 무지갯빛이 돈다. 사람은 각자의 장점을 하나쯤은 가지고 태어난다. 타인과 비교하여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해서, 그 아이가 가진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 학급공동체는 누구에게나 심긴 보배를 캐낼 힘을 키워주는 곳 중 하나다.

일곱 가지 색 각각의 고유한 빛이 모여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듯이. 학급 아이들도 그렇다.

어쩌면 그렇게도 다 다른지. 보면 볼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이들이 지닌 빛이 하나하나 더 선명하게 보인다. 나는 아이들의 빛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좋다.
아이들 모두에게는 다 긍정의 힘이 있다. 다만 그 힘을 발휘할 기회를 접하지 못할 뿐이다. 서로 다투는 아이들 모두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아이들이 그 힘을 발휘할 기회들을 마련해 주는 조력자가 되려고 노력했다. 학급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그 빛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너는 소중한 아이야. 너에게는 특별한 빛이 있어.”

학급 아이들은 1년 동안 매일같이 이 말을 하고 듣는다. 교사가 되어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다름을 하나하나 인정하며 학급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많은 학생수가 걸림돌이었겠지만, 정석이라고 생각되는 행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행동을 하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고치도록 하는 데만 더 집중했다. 그럼에도 나는 학급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았다. 어른 들 말을 들어야만 하는 아이들이 아님을. 그 아이들에게도 자신들이 가진 생각과 선택할 힘이 있다는 것을. 나는 내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도 자녀에게 선택하게 하고 자녀의 생각을 듣고 따라 주려고 했다. 나와 다른 선택을 할 경우에도 존중해 주었다. 내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걱정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이가 뭘 안다고, 그렇게 키우면 안 돼.”

나는 내가 선택한 자녀 양육 방법이 참 좋았다는 생각을 여전히 한다.

나는 아이들의 약한 모습 속에서 그 아이만의 장점을 찾는다. 한 명 한 명에게 담긴 보물을 캐내듯이. 머뭇거리는 아이, 강하게 말하는 아이, 화를 자주 내는 아이. 수줍음이 많아 표현을 잘 못하는 아이. 아이들의 어느 단면만 보고 거기에 맞추면 안 되었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면을 뛰어넘을 장점을 찾아 주려고 했다. 내가 아이들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나와 함께 있는 교실이 벗어나고 싶은 공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 하린이가 저 수학 점수 자기보다 못 봤다고 놀려요.”

한 아이가 말했다.

“얘들아, 잠깐. 선생님이 중요한 이야기 하나 할게. 수학 점수는 그 아이의 전부일까?”
나는 수학점수는 그냥 수학 점수일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수학점수가 높지 않다고 놀림의 대상이 된다면, 우리 모두도 놀림을 받아야 한다고. 우리 모두에게는 다 부족한 것이 있다고. 친구가 수학 점수를 낮게 받아서 속상해할 텐데 그런 친구를 격려해 주는 힘을 갖는 것이 멋진 거라고. 우리는 그런 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야 한다고.

“너희 안에는 좋은 것들을 많이 담고 있어. 보이는 부족한 것 한 가지로 친구를 평가하면 안 돼. 어느 것으로도. 우리는 배우는 중이거든. 부족한 게 당연한 거지.”

수학 공부를 못해 주눅이 들었던 아이나, 다른 것에 부족하다는 생각에 기죽어 있던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내 말에 힘을 얻은 거다. 놀려대던 아이도 바로 행동이 달라졌다. 어린이라서 바로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들은 안다. 수학을 못한다고 놀림받은 아이는 수학은 못하지만 친절하다는 것을. 말을 다정하게 하고 학급에서 자질구레한 일도 스스로 한다는 것을. 학급 공동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고유의 빛. 같은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아, 다 다르구나.’

나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모두 다름이 함께 한 교실 안에 어우러져 있어 무지개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이들에게 다른 것이 아름답다고, 그 다름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가르칠 때, 나는 나와 가까운 가족과 자녀, 친구들의 다름을 인정하는 기회였다.

나는 고유의 빛을 지닌 아이들을 인정하며, 내 주변 사람들의 나와 다른 점을 더 낫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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