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가 울고 있다.

.

by 수수

한 걸음 한 걸음 오늘도 걷는다. 한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세 걸음이 되고 만 보가 된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1개월이 지나고 4월 중순이 되어간다. 낯선 분위기의 학교에서 밀려오는 업무를 해내느라 하루하루가 힘든 날들이었다. 학급 학생 중에는 정서 지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학생이 있다. 너무도 무겁게 다가와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할 것 같던 모든 상황이 다 지나가고 있다. 그저 하루하루 이겨냈을 뿐인데 한 달이 되었다.

제주도에서 살든 강릉에서 살든 포항에서 살든 서울에서 살든 어느 곳에서 살든지 인생을 살아가는 곳에는 힘든 일이 함께 있음을 경험한다.


초등학교 한 학급의 아이들이 벌써 내 마음에 들어왔다. 사랑스럽고 예쁘다. 하지만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 지나갔다. 학급 학생 중에는 정서 지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학생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 학생은 모든 상황에서 자기 생각이나 기대가 들어지지 않는 순간 바로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한다. 돌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에게 위험한 순간들이 많다. 첫날부터 벌어진 이 험악한 상황들은 매일매일 순간순간 수시로 일어난다. 3월 둘째 주가 되어서야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정서 지원 강사분이 교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 그 2주 동안 그 학생 이외의 다른 학생들과 교사인 나는 긴장 속에서 보내야 했다. 정도는 약해졌지만, 지금도 긴장은 여전하다. 가정에서 부모님들의 긴장도 마찬가지임을 전화 통화와 대면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그림 종합장에는 날카롭고 거친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피 흘리는 듯한 붉은 색으로 중간중간 칠해져 있고 건물 그림은 날카롭고 뾰족뾰족한 지붕으로 덥혀 있다. 칼을 그린 후 가위로 오려서 종이칼을 휘두르는 몸짓을 하기도 한다. 학생 어머님께 이러한 상황들을 말씀드리고 상담을 요청하지만 정작 이러한 자녀의 행동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는 반응을 보인다. 학교에서 교육청 지원을 받아 도와드릴 수 있다고 상담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도록 여러 번 요청했지만 시간이 없다고 하신다. 지금은 정서 지원 선생님이 밀착하여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도와주고 있다.


요즘 내 삶은 이러한 상황 안에 있다. 거친 언행을 거침없이 하는 한 학생으로 인해 한 학급의 모든 학생과 학부모님이 두려움과 긴장 속에 지내고 있다. 정작 그러한 행동을 하는 학생과 어머니는 아무런 미안함의 표현도 없다. 그 아이의 정서 상황을 검사하여 힘든 마음이 무엇인지 찾아낸 후 치료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밀어내려 하는 학생 어머니로 인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그 학생이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세상도 그런 것 같다. 왜 그럴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왜 미안한 마음도 없고 거침없이 살아갈까?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이 상황들을 끝까지 이겨내야 한다. 그 학생도 내 학급 학생이기에 함께 살아갈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보낸 3월 한 달이 마치 1년을 보낸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

다행히도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는 교사들을 위한 집단 상담을 교육청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정서 지원 학생이 있는 학급 담임교사를 위한 집단상담 신청 관련 공문을 보고, 혼란스러운 내 감정을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바로 신청서를 작성하여 올렸다. 내일 목요일이 정서지원 학생이 있는 학급담임 교사 대상 집단상담이 있는 날이다. 이러한 교사들의 큰 고충을 많은 사람이 알아채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다.


제주도에서의 교사 생활은 나에게 더 성숙해질 기회로 다가왔다. 학급의 모든 아이가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출근 시간보다 30분 일찍 힘찬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담채에서 드로잉을 하다.